광주 남한산성/20141209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생긴 취미가 등산이였다.
여럿이 얼려 다니기 보다는 두세명이 단촐하게 다니는 것을 즐긴 편이다.
당시에는 등산장비라야 군용 A텐트, 군용 판쵸우의, 군용 야전반합, 군용모포, 군용대검 염색한 군용 옷 등 군용장비가 주를 이루었다.
어디서나 야영이 가능했고 인심이 좋아서 이장님을 찾아가거나 동네사랑방에 가서 이야기 하면 무료로 잠을 잘 수도 있었다.
남다른 조건이었지만 1970년대 초반에는 한해 동안 계룡산에서만 한번에 21박을 한 것을 포함해서 53박을 한 적도 있으니,
당일치기까지 포함하면 좀 과하게 산을 좋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본사에 근무할 때에는 빠지지 않고 쫒아 다녔는데 1990년 중반부터 등산 도중 엉치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가자는대로 다녔는데 내가 제대로 걷지 못하면 동행하는 분들이 나를 부축하느라 큰 부담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악산에서도, 지리산 돼지평에서도.....
그 후로는 등산이 망설여지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현장근무가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등산 기회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등산에 대한 아쉬움은 걷지 못하는 대신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면 가 보자는 방향으로 여행방식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가끔 들어온 주변의 친구들의 배려로 같이 갈 때에는 쉬운코스로 정하기도 한다.
이번 남한산성 코스도 친구들의 배려가 있었으며, 잘 걸으면서 괜히 엄살 부린다고 하기도 했다.
하남등기소에서 걷기 시작해서 북문까지 약 8km 정도 걸었는데 이제 엉치가 아프고, 올라가는 길에서는 다리가 끌리는 기분이 든다.
북문 부근에서 보니 목적지라는 수어장대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땀도 약간 나는 것이 아마도 20여년 만에 제대로 해 보는 등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기회에 다시 등산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친구들을 따라서 열심히 걸었다.
북문(전승문)
친구가 핸드폰으로 찍어 주었다.
빨간색 빵모자는 그 옛날 계룡산에서 21박을 같이 했던 친구의 모자이다.
44년전 쯤부터 내가 썼는데 그 당시에는 옷 정도는 공유하던 친구였다.
몇 년 전에 이 친구에게 이 모자가 네 것이라고 말했더니 전혀 기억을 못한다.
젊어서 날아다니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몸이 불편해서 걷기도 어려워 안타깝다.
남한산성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국청사
이 근방까지 승용차로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서문(우익문)
1637년 1월 30일 남한산성에서 45일 동안 항전하던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러 삼전도로 가기 위해서 통과했던 서문.
서문을 지나 수어장대로 향할 무렵에는 이미 짧은 겨울해가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서어나무
서어나무는 울퉁불퉁해서 근육질이 연상되는 나무로 목재로서의 쓰임새는 별로 없는 극상림의 대표주자라고 한다.
극상림이란 숲의 순환과정 중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는 나무로 서어나무가 자라는 숲은 오래된 숲이라고 한다.
제2롯데월드가 보인다.
성남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제2롯데월드를 돌아서....
수어장대
무망루
서암문(제6암문)
서암문을 나와서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이용하여 전철 5호선의 마천역 방향으로 내려왔다.
산길을 내려와서 마을로 들어서며 두부 안주로 막걸리 한병 맛나게 마시고 전철을 탔다.
6시간 동안 걸은 때문인지 알딸딸하다.
이런 정도의 등산이라면 가끔 다닐만 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등산화와 등산복과 스틱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참고] 문화재청 홈페이지
남한산성은 사적 제 57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2014년 6월 22일)에 등록되었다
1209 (하남 위례둘레길-남한산성 : 친구들과) -우장산역-전철5-광나루역-버스-하남등기소-위례둘레길-남한산성-마천역-전철5-우장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