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개기월식이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았던 터라 퇴근하며 보니 엷은 구름 속으로 보름달이 보인다. 예전처럼 마음이 들뜨지도 않고 추운데 사진을 찍을까 말까 망설이며 집에 도착하였다. 저녁밥을 먹는데 딸이 조금 있으면 개기월식이 시작된다며 카메라를 챙긴다. 옥상보다 발코니에서 봐도 되겠기에 카메라 세팅하는 것을 거들어 주었다. 발코니에 삼각대를 설치하려니 카메라가 너무 내부로 들어와서 시야가 좋지 않다.
창문을 열고 삼각대의 두 다리를 창문틀에 올려서 카메라를 외부로 바싹 밀었더니 시야가 훨씬 좋아졌다.
루페를 이용하여 초점을 맞추고 적정노출을 조정하는 것이야 아직은 내가 잘 할 수 있으니 개기월식 촬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중간중간 제대로 촬영이 되는지 점검을 하기는 하였지만 오늘의 촬영 주도권은 딸이 쥐고 있다. 옥상에 올라갔다면 추위에 떨었겠지만 발코니에서 찍으니 찍지 않을 때에는 분합문을 닫고 거실에 있으니 춥지도 않다.
발코니에서 촬영하게 되니식구들이 돌아가며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과정을 같이 보았다.
아내는 이렇게 좋은 조건에서 보는 것조차도 귀찮아하고 호기심이 없어 보이기에 일부러라도 보라고 채근하기도 하였다.
달의 고도가 높아지며 카메라 주변부에 창문틀도 보이고 워낙 장시간 월식이 진행되다보니 끝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어린 시절여름날 더위를 피해서 고향집 앞 갱변(냇가)에서 멍석에 누워서 본 밤하늘이아직까지 별을 보며 사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름밤이면 이슬이 축축하게 내리도록 늦은 밤까지시원한 바람을 쐬기도 하고, 가끔은 시냇물에 들어앉아서 송사리들이 톡톡 덤벼드는 것을 즐기며보았던우뚝 서있는 은하수가눈에 삼삼하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누워있는 모습의은하수는 생각해 보지 않았었는데 인터넷에서 다른 분들이 촬영한 은하수 사진을접하다보니 여름철 은하수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은하수를 보려면 남동쪽이 탁 트인 곳이어야 하는데 청옥산이 좋은 조건이기는 하지만 풍력발전소가 생기며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다른 곳은 아는 데가 없으니 이번에도 태기산과 저울질하다가 가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보아온 화려한 은하수와는 달리 내가 촬영한 은하수 사진은 언제나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사진은 촬영한 원본을 그대로 포스팅하지 않고 이미지 처리 프로그램을 거친다. 아무리 이미지 처리를 잘 해도 원본이 시원치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생각과, 원본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는 범위에서 되도록이면 자연스러움을유지하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이미지 처리방법을 따로 공부한 바가 없는 상태에서 이리저리 시도해 가며습득하려니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 이번 은하수 사진도 예전 방법대로이미지 처리를 완료하고 3일 동안 '닷지와 번' 기능을 시도하였다. 처음 사용해 보는 기능이라 동영상 자료도 보고, 같은 사진을 대상으로레벨을 다르게 십 수 번 작업하며 비교해 보았다. 짙은 화장은 아름답기는 해도자연스럽지 못하니 적당한 수준으로 이미지를 처리해야겠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쉽게 결정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까지 포스팅한 은하수 사진 중에서는 가장 화장을 많이 한 셈이니원본사진보다야 화려하지만 아직은 옅은 화장을 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한 장의 사진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이미지 처리를 하였다면, 이번에는 '닷지와 번' 기능을 사용하여 부분화장을 한 셈이니 사진이라기보다는 이미지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밤중이 되며 구름이 사라져서 서쪽과 남쪽하늘을 촬영하고 있는데 승용차가 거침없이 들어온다. 도로 끝까지 오더니 우리차를 보았는지 차를 돌려 조금 나가서 자리를 잡는다. 인사나 할까 해서 찾아갔더니 미등을 켜고 적도의를 설치하고 있다. 궁수자리 부근의 삼렬성운(M20)과 석호성운(M8)을 촬영한다고 한다. 나도 옆에서 떠오르는 은하수 고정촬영을 하였다. 별보는 분들은 밤새 같이 사진촬영을 해도 어둠속에서 지내다 보니 이야기는 주고받아도 얼굴을 알지 못한다. 초면이니 대화라야 극히 단편적이고 어쩌면 상대방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는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같이 별 사진을 찍게 되었다. 밤이 깊어지며 졸리기도 하고 보이는 별도 큰 변화가 없기에 차로 돌아왔다. 90분 타이머를 설정해 놓고 SUV의 뒷좌석을 접은 짐칸에서 침낭에 들어가니 불편하기는 해도 승용차에서 앉아서 자는 것에 비하면 훌륭한 잠자리다.
타이머가 울리기 10분 전에 잠에서 깨서 하늘을 보니 은하수가 제법 서 있고 북두칠성도 가로로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누어있다. 북두칠성과 저무는 목성과 은하수를 촬영하고 인근에서 촬영하는 분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카메라만 혼자서 쉴 새 없이 철커덕거릴 뿐 차안에 들어가서 자고 있다. 부근에서 은하수 촬영을 조금 하다가 방해가 될까 해서 우리 차가 있는 도로 끝으로 돌아왔다.
해넘이를 보고 와서 천문달력을 확인해 보니 달-알데바란(황소자리) 식(20시쯤 종료)이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안경을 끼지 않고 건성으로 보아서 달과 알데바란이 가깝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았다. 달의 고도가 낮아져서 사진 촬영하기 좋을 때 쯤 창문으로 서쪽하늘을 보니 구름 사이로 초승달이 보인다. 사진을 촬영할 장비를 챙기고 춥지 않게 입을 겨울옷을 껴입고 장갑과 워머를 하고 옥상에 다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구름이 잔뜩 껴서 달이 보이지도 않고 어디쯤 있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옥상에 올라왔으니 그냥 내려 갈 수는 없겠기에 촬영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니 구름 사이로 달이 언뜻언뜻 보인다. 그 틈을 이용해서 루페로 초점을 정밀하게 맞추고 달이 제대로 보이기를 기다렸다.
아우라지 설경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선과 평창 사이에서 해가 졌다. 평창을 거쳐서 방림 근처를 지날 무렵부터 구름이 끼기는 했어도 서쪽하늘에 달과 금성이 보인다. 이번 설경여행 중에 밤하늘을 촬영할 수 있을까 해서 장비를 준비해 갔으나, 엊저녁은 날씨도 나쁘고 시간여유가 없어서 포기했었다. 구름이 끼었으니 일부러 별 사진을 촬영할 여건은 되지 않지만 가는 도중에 넓은 장소에서 밝은 달과 금성은 촬영하기로 하였다. 방림에서 문재터널로 향하는 도중에는 전망이 좋지 않아서 문재터널을 지나서 자리를 잡기로 하였다. 예전에 문재 부근에 있는 평창 유스호스텔 자리쯤에서 두어 번 별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유스호스텔이 없었지만 지금은 별 사진을 촬영할 여건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문제터널을 지나자마자 도로변에 적당한 공간이 있기에 차를 세우고 밤하늘 촬영을 시작하였다. 차가 많이 지나다녀서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니라도 도로변에는 눈이 쌓여 있어서 도로에서 멀리 들어갈 수가 없다. 바람이 매서워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40분 만에 장비를 챙겨서 집으로 향하였다. 좀 더 촬영할 걸 그랬나? 예전에는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촬영하기도 했는데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여건이 되면 한 번 더 촬영할 생각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원주 새말에 도착하기 전에 달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망설일 필요가 없게 되어서 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6D+EF16-35mm 2.8F 2 USM/f19mm/F2.8/0.5초/ISO200/AWB/수동/20170131.18:35/원주 문재터널 부근
화성+금성+달
6D+EF16-35mm 2.8F 2 USM/f19mm/F3.5/1.3초/ISO200/AWB/수동/20170131.18:37/원주 문재터널 부근
화성+금성+달
6D+EF16-35mm 2.8F 2 USM/f25mm/F3.5/5초/ISO200/AWB/수동/20170131.18:39/원주 문재터널 부근
화성+금성+달
6D+Canon 50mm STM/f50mm/F4.0/5초/ISO200/AWB/수동/20170131.19:12/원주 문재터널 부근
화성+금성+달
6D+Canon 50mm STM/f50mm/F3.5/3.2초/ISO200/AWB/수동/RAW/크롭/20170131.18:49/원주 문재터널 부근
화성+금성+달
[출처]Stellarium 화면캡춰
6D+Nikkor80~200mm/f?mm/F?/1.6초/ISO200/AWB/수동/크롭/20170131.19:01/원주 문재터널 부근
달(월령3.9)
6D+Nikkor80~200mm/f200mm/F?/ 1/40초/ISO200/AWB/수동/RAW/크롭/20170131.19:04/원주 문재터널 부근
달(월령3.9)
6D+Nikkor80~200mm/f200mm/F?/1.6초/ISO200/AWB/수동/RAW/크롭/20170131.19:01/원주 문재터널 부근
달(월령3.9)
달과 화성과 금성이 접근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하다 보니 화성은 알아보지 못하였다. 다만 달과 금성이 가깝게 있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다음날(2월 1일) 아침에 카톡 친구(dh)가 달과 화성과 금성의 접근현상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어서 알게 되었다.
아침에 친구(dh)가 달과 화성과 금성의 접근현상에 대한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알려주었다.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친구 덕분에 하루 종일 다른 일을 하면서도 신경을 쓰며 지냈다. 텔레비전의 저녁 뉴스시간에도 소개되었다. 온종일 여행사진 정리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기에 장비를 챙겨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단단히 차려입고 갔는데도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춥다. 달과 화성과 금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접근현상은 13년 만이라고 한다.
낮에는 여러 번 남산에 올랐지만 밤에는 처음이다. 야경을 보러 일부러 간 길이 아니라 삼각대 없이 촬영하려니 제약이 많다. 난간 위에 손을 기대기도 하는 등의 이런저런 시도를 하였다. 미세먼지로 시야가 부연해서 불빛 주변이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금성이 워낙 밝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는 원에 가까운 타원이다. 달과 지구 사이가 가까워지는 주기와 공전주기가 비슷한데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근지점)와 만월(망)이 겹치는 때를 슈퍼문이라고 한다. 슈퍼문이라는 용어는 천문학 용어는 아니고 1979년에 만들어진 용어이다. 이번 슈퍼문은 1948년 1월 26일 이후 가장 가까이 접근하며, 다음에는 18년 후인 2034년이나 볼 수 있다고 한다. 슈퍼문은 반대 현상인 미니문(Mini Moon)일 때보다 14% 크게 보인다고 한다.
오후에 비가 내린 탓에 초저녁에는 구름에 가려 달이 보이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언뜻언뜻 보이기에 식구들에게 보여주려고 지켜보고 있다가 알려주었으나 두 번은 허탕을 쳤다. 밤이 깊어가니 엷은 구름이 끼기는 했어도 슈퍼문을 촬영하러 모처럼 옥상에 다녀왔다. 어떻든 언론기관에서 분위기를 살려주니 게제에 달을 보게 되었다.
북극성+북두칠성+아크투루스(목동자리)+유성? : 이 시간에도 덤프트럭과 버스가 다니고 보이지는 않지만 추수하는 콤바인 소리도 끊이지 않고 들린다. 40여분 연사촬영 도중에도 간간히 차량 불빛이 화각 안에 들어온다. 겨울철새가 벌써 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는데 밤중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날아가는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카시오페아자리 : 북두칠성은 국자 끝이 잘렸다. 덤프트럭도 자주 지나가고 하늘도 부연해서 별 사진을 촬영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카메라를 철수해서 차로 되돌아가는데 동쪽 하늘에 거짓말처럼 밝은 유성이 지나간다. 차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기다리던 아내에게 이야기했는데 결국은 놓친 고기가 컸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날씨도 션찮지만 기대와는 달리 주변 불빛도 석탄리와 비슷한 환경이란 생각이다.
이번 별 사진을 포스팅할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사진 보정에 관심을 갖아야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별 사진 보정'을 검색해 보니 좋은 사진을 만들려면 잘 찍는 것 이상으로 보정작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는 일반사진에 비하면 별 사진은 거의 보정작업을 하지 못한 셈이다.
2007년 11월 P17/Holmes 혜성을 볼 때 사용한 이후 9년 만에 적도의와 스카이센서 2000PC를 사용해 볼 생각으로 챙겨왔다. 그동안 창고에 방치하다시피 보관했었는데 전자제품을 오랫동안 사용치 않으면 고장이 나겠다는 생각에 작년 가을에 방으로 들여 놓았다.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또 반년 이상이 지나서 지난 주에 꺼내 보았다. 오랜만에 설치하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사용설명서를 읽어가며 설치하였다. 특히 적도의의 극축 맞추기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자료를 찾아가며 하였다. 망원경에 가이드아이피스(GA-4)도 설치하고 스카이센서도 가동해 보니 모든 기능이 정상이었다.
며칠 전에 집에서 테스트하기는 했지만 적도의와 스카이센서를 챙겨왔으니 어두워지기 전부터 설치를 시작하였다. 날이 어두워지며 북쪽 하늘부터 구름이 차츰 걷히기 시작한다. 아직은 북극성이 보이지 않아서 핸드폰에서 지도를 보며 방위각과 북극을 대충 맞추었다. 적도의를 설치하고 동쪽하늘을 보니 화성이 밝게 보이기에 루페를 이용하여 카메라 초점을 수동으로 정밀하게 맞추었다.
3매를 합성한 다음에 선명도를 조금 높였다. 적도의를 이용하니 별은 움직이지 않는 대신에 지구의 풍경이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인다. 풍력발전기의 기둥이 가늘게 보이고 별이 더 밝게 보이는 것은 사진이 합성 될 때 동일 위치는 가장 밝은 것으로 대치되기 때문이다. 즉 별 상은 움직이지 않으므로 합성한 사진 중에서 가장 밝게 찍힌 것으로 대체된다.
10~20분 단위로 연사를 하고는 카메라를 다른 대상으로 움직였다. 파인더를 들여다보아도 어두운 부분이 보이지 않으므로 의도하는 구도로 촬영되는지 여부와 초점이 제대로 맞았는지는 찍은 사진으로 확인하였다. 의도하는 결과가 나오면 다시 연사를 시작하는데 타이머로 연사시간을 세팅하고 차에 들어와 잠시 쉬기는 했어도 밤을 꼬박 새웠다. 적도의에 신경 쓰다 보니 다양한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고 주로 은하수를 중심으로 촬영하였다.
어제 비가 와서 오늘은 하루 종일 좋은 날씨였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날씨 좋을 때 별 보러 가야 할 텐데 올 봄에는 시간 내기가 여의찮다. 할 만한 일이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니 일이 있으면 우선 일부터 하자는 생각이다. 일 때문에 별을 보지 못하는 것이 그리 서운할 것은 없다. 오후로 접어들며 하늘이 점차 부연해지니 이런 날씨에 멀리 갔더라면 후회하겠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게 되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옥상에 올라갔더니 초승달이 떠있다. 멀리 가기에는 그리 좋은 날씨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아까운 날씨라 저녁밥을 먹고 카메라를 챙겨서 다시 옥상에 올라갔다.
하루 종일 부연 하늘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구름 사이로 초승달도 보이고 별도 보인다. 마량항의 불빛이 휘황하니 별 사진을 촬영할 만한 환경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달이 보이고 별이 보이니 시도해 볼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식구들까지 별을 보라고 강요할 만한 조건도 못되어 혼자서 방파제로 나왔다. 너무 허둥대느라 릴리즈도 놓고 나왔으니 하는 수 없이 타이머 기능을 이용하여 촬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