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청옥산 달밤/20160813
해가 서산에 가까워 질 무렵 뿌연 하늘에 햇무리가 어렴풋이 보이기는 했지만 구름 속으로 해가 사라졌다. 어두워지기 전에 별 사진을 촬영할 준비를 마쳤다. 낮부터 보이던 달이 차츰 밝아지며 그리 어둡지 않은 저녁이 되었다. 초저녁부터는 대부분 탐방객이 산 아래에 사는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서 가족과 함께 오는 듯하다. 우리는 전망대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낮에는 그런대로 파란 하늘이 보였는데 밤이 되니 별빛도 흐릿하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달빛이 밝지 않다 해도 별 사진을 촬영할 날씨는 아니다. 그래도 얼마 만에 보는 휘영청 밝은 달밤인가!
[출처] Stellarium 화면 캡처 : 사진에서 달과 전갈자리와 궁수자리를 성도와 위치를 맞추어 보았다.
렌즈플레어현상으로 달이 이상하게 보인다.
낮에는 잘 돌아가던 풍력발전기 3호기가 고장 났는지 날개가 돌지 않는다. 초저녁에도 올라오는 탐방객이 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풍력발전기를 점검하러 왔는지 3호기에서 차가 멈추었다가 한참 후에 내려간다.
초저녁이 지나고 탐방객도 발길이 뜸할 무렵 차 두대로 올라온 일행이 전망대 1층에 자리를 잡았다. 시집간 딸네 가족과 함께 온 산 아래 동네 사는 가족 3대가 더위를 피해서 올라와서 뻑적지근하게 먹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텐트를 치는걸 보니 여기서 자고 가려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낮보다도 하늘에 구름이 많아지니 더 이상은 사진을 촬영할 의미가 없을 듯하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잘 수 있겠다며 전망대 2층에 잠자리를 폈다. 아래층에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를 의식해서인지 이야기 소리만 두런두런 들린다. 밤이 깊어지며 기온도 내려가고 바람도 세지며 낮에 입었던 반팔차림의 여름옷으로는 어림도 없다. 별 사진 촬영 시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겨울옷을 꺼내서 파커를 껴입고 빵모자를 쓰고 목토시를 했다. 바닥에 깔려고 여분으로 가져온 돗자리를 뒤집어썼는데도 추워서 뒤척였다. 아래층에 사람들이 있기에 조심스러워 차로 내려가지도 못했다. 밤이 왜 이리 긴지! 한참 만에 잠이 깨어 혹시 별이 뵐까 해서 밖을 내다보았는데 마찬가지다. 주변은 조용하지만 차 두 대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아래층에서 잠을 자나보다. 추위 속에서 다시 자다가 새벽녘에 일어났는데 차 두 대가 사라졌다. 조심스럽게 내려와 보니 아무도 없다. 아이들도 있고 여럿이 와서 텐트까지 치고 있었는데 감쪽같이 갔다. 우리를 의식하고 조용히 갔겠지만 정말 대단한 가족들이다. 그제야 불편하지만 차에 들어와서 잠을 청하니 이런 천국이 없다. 낮에는 더위에, 밤에는 추위에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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