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되면 튤립을 키워보고 싶었으나 동네 꽃집에서는 보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찾아 나서지는 않았으니 아직까지 튤립을 키울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다녀오고 열흘 후에 딸내미가 서울식물원에서 튤립을 선착순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서울집에서 꽃을 본 후 분양할 때 받은 설명서대로 꽃대를 제거해서 보관하기 위하여 성북동집으로 가지고 왔다. 화분채 종이봉투에 넣어서 서늘하고 어두운 방에 보관 중이다.
70~74세의 코로나 19 예방접종 예약 첫날(20210506)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하였던 예방접종(1차)을 받는 날이다. 어제와 오늘 아침에 예방접종일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하루 휴가를 받아서 예약시간(09:00) 20분 전에 예약한 동네 병원에 도착하였다. 일찍 도착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미 여러분이 예방접종을 받기 위하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보호자를 동반한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체온을 측정하고,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장소를 옮겨서 예진표를 작성하고, 번호표를 받고, 내과 진료를 받고, 주사실로 옮겨서 다시 번호표를 받고, 코로나 19 예방접종을 받고, 15분 타이머를 받아서 대기하는 것으로 코로나 19 예방접종(1차)을 마쳤다. 이제까지 여러 종류의 예방접종을 받았지만 이번처럼 여러분이 관여하기는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절차는 자세한 안내를 따라서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예방접종을 마치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손등이 간질거리는 것 같기도 해서 예방접종 후 안내문을 다시 읽어 보기도 하였다. 일부러 어디 이상이 있을까 신경을 쓰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까지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15분 동안 대기하다가 병원을 나서니 어질어질한 것 같기도 하고, 힘이 좀 빠지는 것 같기도 하였지만 이 또한 너무 신경을 써서 그리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 안내도 있었고 집에 비상약품으로 해열제가 없다기에 타이레놀을 사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몇 시간은 쉬려고 소파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지루하다. 이번에 서둘러서 코로나 19 예방접종을 받은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식구들과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이다. 게재에 부작용 차원에서 나도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인간임을 깨닫는 기회가 아닐까?
예방접종증명서/20210602
관공서가 문을 열기 두 시간 전인 이른 아침에 인터넷에서 코로나 19의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2년 전(2019년 5월 1일)에 개장한 서울식물원은 집에서 운동삼아 다녀오기 적당한 거리에 있다. 온실이 있기에 겨울철에는 별천지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개장된 지 얼마 되지 않기에 아직은 중후한 멋은 부족하지만 동네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자주 다니지만 딸내미도 자주 다닌다. 씨앗도서관을 그냥 지나치기만 하였는데 딸내미가 울타리강낭콩을 대출받아 왔단다. 잘 키워서 반납해야 할 텐데.... 서울집에서 화분에 키울까 하기에 대전 성북동집 텃밭에 심어서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여 블로그에 올려보자고 하였다.
♣ 20210418 (씨앗 대출)
씨앗도서관 이용방법
대출 가능한 씨앗 목록
대출받은 울타리강낭콩 3알
울타리강낭콩 키우는 방법
♣ 20210509 (이송 : 서울 - 세종)
♣ 20210509 (이송 : 세종 - 대전 성북동)
♣ 20210519 (파종 : 대전 성북동)
대출받은 울타리강낭콩은 서울집에서 세종시를 거쳐서 인편(WS)으로 성북동집에 도착하였다. 날씨를 보아가며 기다리다가 파종하기 좋은 날이라 생각되기에 텃밭에 심었다. 심은 위치는 대문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에 이미 토마토를 심고 지지대를 세워둔 옆으로 미리 만들어 두었던 이랑에 잡초를 제거 하고 30cm 간격으로 심었다.
넝쿨식물이기에 줄기가 자라는 것을 보아가며 지지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우선 울타리강낭콩을 심은 주변에 작은 지지대를 설치하고 끈을 연결하여 심은 위치를 표시하고 물을 뿌려주었다.
어제 밤늦게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강ㅇ덕한테서 전화가 왔다. 집에서 술 한잔 마셨다는데 취한 목소리다. 동네에서 중책을 맡고 있기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렵게 동네 공용사업을 집행할 수 있게 되었단다. 나도 작년에 진잠동 주민총회 투표(20200811)에 비대면 투표를 하였지만 올해 동네 숙원사업 예산이 확보되었던 일이다. 그런데 주민 중에서 반대하는 분이 있다며 속상해서 한 잔 했단다. 그러면서 코로나 19로 내가 성북동에 가 있어도 직접 만나기보다 전화로 연락하기나 했는데 오늘 점심으로 칼국수를 같이 먹자고 한다. 자기가 사겠다고 하면서 발 빠른 윤ㅇ환이 음식값을 계산할 때가 많아서 미안하다며 이번에는 나보고 말려 달란다. 다른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었다.
새벽에 강ㅇ덕한테서 12시 30분에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술이 취했어도 약속은 잊지 않았나 보다. 약속시간에 맞추어서 알람을 설정해 두고 오전을 보내고 있는데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니 다시 연락이 왔다. 윤ㅇ환과 자기는 둥구나무 정류장에 있는데 김ㅇ기와 만나서 둥구나무 정류장으로 내려 오란다. 시간에 맞추어서 나가니 김ㅇ기가 온다. 어쩌다 보니 김ㅇ기는 십수 년 만에 만났는데 친구 소식은 이런저런 경로로 들어서 짐작은 하고 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동안 많은 것을 겪은 친구인데 오랜만에 만나지만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등치가 좋은 친구인데 십수 년 만에 만나니 삐쩍 마른 게 마치 예전의 친구 아버님을 뵈는 기분이 든다.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나이가 되니 어쩌랴. 이번 점심 모임에는 아내도 같이 오라고는 하였지만 코로나 19로 4인 이상이기에 같이 참석하지는 않았다.
동네 친구들과 넷이서 원내동 칼국수집에 도착하여 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오징어 두루치기에 소주 한 병을 주문하였다. 윤ㅇ환은 원래 못 마시고 나는 운전한다고 빠지니 김ㅇ기와 강ㅇ덕만 술잔을 잡았다. 강ㅇ덕은 한 잔 마시더니 속이 꼬인다며 잔을 내려놓고 김ㅇ기만 몇 잔 더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는데 술이 아직 남아 있다. 젊어서는 나도 그랬지만 술을 거절하지 않았는데 한 병을 다 마시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나 보다. 칼국수는 맛도 있고 양도 많았는데 강ㅇ덕은 속이 좋지 않다면 손도 대지 않아서 결국 포장해 달래서 가지고 갔다. 식사를 마치고 강ㅇ덕이 계산대로 나서는데 엊저녁에 강ㅇ덕의 말처럼 윤ㅇ환이 어느새 계산을 하려고 앞선다. 이번에는 강ㅇ덕이 내겠다니 참으라고 말렸다.
농번기라 커피 한잔 마실 틈도 없고 코로나 19로 조심스러운 때라 칼국수만 먹고 한시간 반 만에 성북동으로 돌아왔다. 윤ㅇ환이 오늘 고추 모종을 심고 좀 남았다기에 홀목골에 가서 고추 모종을 얻어왔다. 많이 가져가라는데 텃밭에 심으려고 유성장에서 사 온 모종이 세 포기가 있어서 두 포기만 달라고 했다. 심을 장소야 넉넉하지만 많이 심으면 고추 농사에 신경 쓰일까 해서 풋고추나 따 먹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 세 포기를 가져가라며 꽃이 핀 모종을 골라서 준다. 작년 여름에 윤ㅇ환 생전에 가장 큰 수해를 입었다는 홀목골 밭은 이런대로 복구가 완료되어 멀쩡해졌는데 늦가을에 복구작업을 하느라고 고생깨나 했다고 한다.
금수봉
성북동집에 드나들기 시작(20171206)한 지 4년 차인데 오늘에서야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났다. 모두들 이 동네에서 낳고 자란 친구들이기에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알던 사이이니 65년 정도는 되었다. 엊저녁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나니 갑자기 옛 기억이 되살아 나고 마음이 설렌다. 성북동의 모습이 많이 변하였지만 금수봉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이니 아마도 우리들이 성장한 모습을 모두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성북동에서 금수봉을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