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들/20210505
어제 밤늦게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강ㅇ덕한테서 전화가 왔다. 집에서 술 한잔 마셨다는데 취한 목소리다. 동네에서 중책을 맡고 있기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렵게 동네 공용사업을 집행할 수 있게 되었단다. 나도 작년에 진잠동 주민총회 투표(20200811)에 비대면 투표를 하였지만 올해 동네 숙원사업 예산이 확보되었던 일이다. 그런데 주민 중에서 반대하는 분이 있다며 속상해서 한 잔 했단다. 그러면서 코로나 19로 내가 성북동에 가 있어도 직접 만나기보다 전화로 연락하기나 했는데 오늘 점심으로 칼국수를 같이 먹자고 한다. 자기가 사겠다고 하면서 발 빠른 윤ㅇ환이 음식값을 계산할 때가 많아서 미안하다며 이번에는 나보고 말려 달란다. 다른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었다.
새벽에 강ㅇ덕한테서 12시 30분에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술이 취했어도 약속은 잊지 않았나 보다. 약속시간에 맞추어서 알람을 설정해 두고 오전을 보내고 있는데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니 다시 연락이 왔다. 윤ㅇ환과 자기는 둥구나무 정류장에 있는데 김ㅇ기와 만나서 둥구나무 정류장으로 내려 오란다. 시간에 맞추어서 나가니 김ㅇ기가 온다. 어쩌다 보니 김ㅇ기는 십수 년 만에 만났는데 친구 소식은 이런저런 경로로 들어서 짐작은 하고 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동안 많은 것을 겪은 친구인데 오랜만에 만나지만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등치가 좋은 친구인데 십수 년 만에 만나니 삐쩍 마른 게 마치 예전의 친구 아버님을 뵈는 기분이 든다.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나이가 되니 어쩌랴. 이번 점심 모임에는 아내도 같이 오라고는 하였지만 코로나 19로 4인 이상이기에 같이 참석하지는 않았다.
동네 친구들과 넷이서 원내동 칼국수집에 도착하여 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오징어 두루치기에 소주 한 병을 주문하였다. 윤ㅇ환은 원래 못 마시고 나는 운전한다고 빠지니 김ㅇ기와 강ㅇ덕만 술잔을 잡았다. 강ㅇ덕은 한 잔 마시더니 속이 꼬인다며 잔을 내려놓고 김ㅇ기만 몇 잔 더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는데 술이 아직 남아 있다. 젊어서는 나도 그랬지만 술을 거절하지 않았는데 한 병을 다 마시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나 보다. 칼국수는 맛도 있고 양도 많았는데 강ㅇ덕은 속이 좋지 않다면 손도 대지 않아서 결국 포장해 달래서 가지고 갔다. 식사를 마치고 강ㅇ덕이 계산대로 나서는데 엊저녁에 강ㅇ덕의 말처럼 윤ㅇ환이 어느새 계산을 하려고 앞선다. 이번에는 강ㅇ덕이 내겠다니 참으라고 말렸다.
농번기라 커피 한잔 마실 틈도 없고 코로나 19로 조심스러운 때라 칼국수만 먹고 한시간 반 만에 성북동으로 돌아왔다. 윤ㅇ환이 오늘 고추 모종을 심고 좀 남았다기에 홀목골에 가서 고추 모종을 얻어왔다. 많이 가져가라는데 텃밭에 심으려고 유성장에서 사 온 모종이 세 포기가 있어서 두 포기만 달라고 했다. 심을 장소야 넉넉하지만 많이 심으면 고추 농사에 신경 쓰일까 해서 풋고추나 따 먹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 세 포기를 가져가라며 꽃이 핀 모종을 골라서 준다. 작년 여름에 윤ㅇ환 생전에 가장 큰 수해를 입었다는 홀목골 밭은 이런대로 복구가 완료되어 멀쩡해졌는데 늦가을에 복구작업을 하느라고 고생깨나 했다고 한다.
금수봉
성북동집에 드나들기 시작(20171206)한 지 4년 차인데 오늘에서야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났다. 모두들 이 동네에서 낳고 자란 친구들이기에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알던 사이이니 65년 정도는 되었다. 엊저녁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나니 갑자기 옛 기억이 되살아 나고 마음이 설렌다. 성북동의 모습이 많이 변하였지만 금수봉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이니 아마도 우리들이 성장한 모습을 모두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성북동에서 금수봉을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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