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이 후, 그리고 400D 구입 후 처음으로 별사진을 찍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일기예보만 믿다가 '엊저녁엔 별보러 갔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 하기를 몇번이던가. 이러다간 안되겠다 싶어서 구름이 조금끼고 5월 하순에는 드물다는 황사예보에도 불구하고 나셨습니다. 아침 일찍 나선 길이라 쉬엄쉬엄 품걸리 임도에 도착해서 오랫만의 여유로움을 즐겼습니다.
400D에서 오랫만에 써 보는 기능을 확인하며 해지기를 기다려서 쌍둥이 자리에 있는 금성으로 무한대 촛점을 잡았습니다. 아직은 서툴러서 금성에 수동으로 촛점을 맞추어 촬영한 후, 최대한 확대하여 별상의 크기 확인을 수십차례 반복하였으나, 어느 정도면 촛점이 맞은 것인지 확신이 가지 않더군요. 월령 10일정도의 달이나, 1등성으로는 더 모르겠구요. 하여튼 어렵게 무한대 촛점을 찾아 고정시킨 후 사진 촬영을 시작하였습니다.
(금성과 쌍둥이 17mm F2.8 5sec ISO100 20070526.20:26) 촛점확인을 위해서....
(금성과 쌍둥이가 있는 달밤 17mm F101200sec ISO100 20070526.21:17)찍는대로 바로 확인이 된다는게 필림카메라와 가장 큰 차이군요. 하여튼 좋은 세상입니다.
(북두칠성 17mm F3.2 180sec ISO100 20070527. 04:10) 바람이 부는군요.
(가리산의 일출 17mm F4 1/4000sec ISO100 AV -1 20070527. 05:41) 새벽까지 별을 보던 곳은 그런대로 사방이 트여서 좋았지만, 일출은 아무래도 큰소나무 아래가 좋을것 같아서이동하였습니다. 곧 솓아 오를 것만 같지만 그리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도 막상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올라 오는게 일출 모습이지요. 이번에 자세히 보니 뜨기 직전에는 산 그림자가 하늘로 쭉 뻣더군요.
별을 보기위해서 오지를 찾아 가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별을 본다는 것은그야말로 하늘(날씨)의 뜻에 맞겨야한다. 그래서 날씨가 쾌청한 평일에는 마음이 설래기도하고, 쉬는날 날씨가 쾌청하기라도 하면 죄책감이 드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느긋한 마음을 가지려 해도 천문이벤트가 있는날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아쉽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쾌청한 날 집에 있어도 설레임이 줄어들었다.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떠난 몇 번은 별을 보지는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여행으로 대체되어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이 이제는 날씨에 연연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나 떠날 수 있어 좋다. 년 초에 계획한 동해안 일주는 고성에서 강구까지, 충청남도의 꼬불꼬불한 서해안 일주는 마쳤으며, 경주 여행은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20여 년간 살던 집에서 이사도하고, 딸의 혼사도 치루고...
올 여름 폭우로 임도가 유실되어 찾을 기회가 뜸했던 불발현 (cx7330/2004.11.08촬영)
언제나 가슴이 시원해지는 운두령
(쿨픽스4500/2004.02.07촬영)
별보는 즐거움이 있는 태기산 임도 끝(쿨픽스4500/2004.07.31촬영)
갈 때마다 날씨는 좋지 않지만 고산지대의 아름다움이 있는 만항재 헬기장(쿨픽스4500/2004.08.01촬영)
어린시절... 우리집 우물가 꽃밭에 피던 꽃... 우리는 이꽃을 해당화라 불렀었다. 나무가 늙었는지 가지 수도 몇 않되고 그리 싱싱하지는 못했지만 봄이 오면 어김없이 몇 송이의 빨강색 꽃이 피었다.
꽃은 피기 직전의 동그란 꽃봉우리가 더 아름답고, 꽃도 오래갔다. 많지는 않지만 가시도 있고... 그런데 냄새는 별로다. 꽃밭에는 철따라 꽃들이 언제나 가득했지만 유난히 이 꽃을 좋아했다. 나이 50이 넘은 지금도 까맣게 잊고 있다가도 봄이 오면 새삼스럽게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해주는 꽃이다. 그리고 이 꽃을 볼 때는 언제나 이름이 누구의 이름하고 같더라? (2005.01.07 하헌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