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집에 온 날 초저녁(20230224)부터 매일 보는 금성과 목성의 접근현상이다. 본채 전실공사를 하는 중이라 모처럼 힘든 일을 해서인지 초승달과 금성과 목성의 접근현상은 눈으로 보기만 했다. 아내가 볼 일이 있어서 새벽에 서울행 기차를 타기 위하여 떠나며 오늘 저녁에 목성과 금성이 가장 가까이 보인다고 귀띔해 주었다. 낮에 전실공사를 마치고 날이 저물며 주방에서 간단하게 저녁밥을 먹고 PC로 블로그 작업이나 할 생각으로 별채로 가며보니 금성과 목성이 가깝게 보인다. 무시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급하게 촬영준비를 해서 성북천변으로 나갔는데 옷을 두툼하게 끼어 입었지만 만만히 않은 추위다. 아내와 딸은 서울 올림픽공원에 브라이언 아담스 공연을 보러 갔는데 시작되기 전에 금성과 목성의 접근 현상을 보았다고 한다.
엊저녁에 방동저수지에서 성북동집까지 걸어올 때 초승달을 보았는데 스마트폰으로 찍기는 하였지만 쓸 만 한 사진이 없었다. 모처럼 초승달(월령4.6)이나 촬영해 볼까하고 카메라 가방을 뒤져보았으나 16-35mm 줌렌즈 이외의 렌즈를 모두 서울집에 두고 왔다. 그래도 찍어보자며 이런저런 시도를 하였으나 시원치 않다. 엷은 구름이 끼기는 하였지만 모처럼 밤하늘을 촬영하려고 장비를 세팅하고 루페로 어렵게 초점까지 맞추었기에 집 앞으로 나왔다. 동쪽하늘에 목성이 보이기는 하는데 대전 방향이라 광해가 심하여 포기하고 금수봉이 보이는 북쪽하늘을 겨냥하였다. 대전 방향을 피해서 북서쪽을 택하였는데 그래도 북극성은 넣어야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두워질 무렵에서야 일을 마쳤는데 음력 4월 5일 달과 왼쪽으로 시리우스-프로키온-베텔규스로 이루는 겨울철삼각형, 위쪽으로 쌍둥이자리의 폴럭스와 카스트로, 오른쪽으로 마차부자리의 카펠라와 오각형이 보인다. 오랜만에 삼각대와 릴리즈를 준비하여 마당으로 나왔는데 전등불빛이 거슬린다. 저녁밥 먹으라는 아내에게 잠깐 찍고 오겠다며 집 앞 도로변으로 나왔다. 마음이 급하여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촬영하고 들어왔다.
엊저녁에 퇴근하며 건물 사이로 불그스레 노을이 진 서쪽 하늘을 보니 목성-토성-금성-달이 보인다. 날씨도 산뜻하지 않고 집에 들어가서 달이 지기 전에 촬영 할 시간 여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였다. 오늘 저녁은 달과 금성의 위치가 바뀌었고 달은 어제보다 밝아 졌으리라. 날씨는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으니 핑계를 대자면 무리를 해서라도 엊저녁에 촬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요즈음 새벽에 동북쪽 하늘에서 레너드(Leonard/C2021 A1)혜성을 보겠다며 동호인들 중에는 코피가 터지는 분도 계신다는데 광공해가 심한 서울집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 평창 청옥산에 올라가면 좋을 텐데 거기 가본지 4년이 넘었다. 이제 큰 맘 먹지 않으면 별 보러 멀리 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나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집에서야 밝은 별이나 달을 볼 수 있는 것이 고작이지만 이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레 본다. 동호인들이 힘들여 촬영하고 후처리한 화려한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도 많은 위안이 된다.
초저녁에 부분월식이 있다기에 오전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서 서울과 대전에서 보게 될 식구들과 공유하고, 스마트폰 케이스에 월출시각(17:16)과 최대식(18:02) 및 월식 종료시각(19:47)을 메모해서 넣어두었다. 하루 종일 하늘이 부연하고 해가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상태로 어두워지기에 일식을 보기는 글렀다고 생각하였다. 혹시 대전 성북동에 가 있는 아내와 딸내미는 볼 수 있을까 해서 전화를 하였더니 구름이 껴서 달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날씨가 나빠서 천문현상을 볼 수 없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니 마음 편히 포기하였는데 미련이 남아서 시계를 보니 지금쯤 구름 위에서는 최대식이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월식 중계방송을 볼 수 있을까 해서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과천과학관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곳이기에 거실창문을 내다보니 달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건물에 가려서 보이지 않나 해서 급히 옥상에 올라갔더니 부연해서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월식이 진행 중인 모습이 보인다. 뉴스를 보니 서울지방은 18시 경부터 날이 서서히 개며 달이 보이기 시작하였다는데 건물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사진촬영 준비를 하는데 주로 쓰던 삼각대는 성북동집에 있고, 또 다른 삼각대는 헤드에 끼우는 부품을 딸내미가 성북동으로 가지고 갔다. 어쩔 수 없이 평소 사용치도 않는 허접한 삼각대에 카메라를 연결하여 옥상에 올라갔더니 최대식 시간이 한참 지났다. 하늘이 부연하여 상이 또렷하지도 않고, 카메라가 많이 흔들려서 라이브모드에서 루페를 이용하여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촬영하며 초점 맞추기를 반복하였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월식이 종료되기 전에 촬영을 중단하였다.
성북동집에 다니기 시작한 4년 전에 평창 청옥산에 다녀온 것(20170923)을 마지막으로 별 보러 나서지를 못하였다. 내가 별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여름밤에 집 앞 갱변(성북천변을 이렇게 불렀다)에 멍석 깔고 누워서 바라보던 은하수와 총총 빛나던 별을 본 것이 계기가 아니었을까? 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여 휴가를 나왔더니 전기가 들어왔으니 별보기 좋기로 그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지인들과 별 보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취미라고 하기가 민망하고 '이러다 벌 받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내 눈으로 직접보거나 찍지 않아도 동호인들과 허블 우주망원경 등으로 찍은 별 사진을 쉽게 대할 수 있는 세상이니 많은 위로가 된다. 나이를 들먹이는 자체가 핑계일 수는 있겠지만 만만치 않은 나이에 열정이 많이 식기도 하였고, 별 사진 처리 능력도 뒷받침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 어쪄랴!
사진을 촬영할 당시에는 단순히 목성과 토성과 금성이 한 화각에 들어온다는 것만 인식하였는데, 찍은 사진을 살펴보니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많은 별이 찍혔다. 무슨 별이 찍혔나 살펴보았더니 궁수자리가 보이이기에 찾아보니 은하수가 어렴풋이 보인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은하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감격스럽다.
요즈음 저녁에 북두칠성이 모두 보이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국자 손잡이 부근이 보이기에 찍어 보았다. 다섯 개가 찍히고 두 개는 금수봉 뒤로 숨어 있다. 북극성은 눈짐작으로 찾았다. 오른쪽(동쪽) 하늘은 대전 시내의 광해로 카시오페이아가 높이 떠있겠지만 보이지도 않고 화각에 넣지도 않았다. 오른쪽 상부로 유성인지 인공위성인지가 찍혔다.
어제(1029) 초저녁에 하늘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밖에 나와서 북쪽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화구가 남쪽에서 북쪽 하늘을 가로질러 사라진다. 이제까지 본 화구 중에서 가장 밝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엄청난 것이었다.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였지만 보이는 동안 길게 '와~~~ 라고' 소리를 질렀었다.
초저녁에 밖에 나왔더니 금성 아래쪽으로 초승달이 지기 직전인데 날씨도 좋다. 월몰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추워서 사진을 내일 찍을까 하였는데 내일 저녁때에는 달과 금성 사이가 더 멀어지겠다. (다음날은 날씨가 흐려서 달과 금성을 보지도 못하였는데 별 사진 촬영은 나의 경험상 내일로미루면 낭패를 본다는 교훈을 증명한 셈이었다.)
급히 사진 촬영할 준비를 해서 가로등 영항이 적은 위치를 찾아서 촬영을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85-200mm 줌렌즈를 끼웠더니 금성과 초승달과 산의 윤곽을 한꺼번에 촬영하기에는 화각이 너무 좁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기에는 월몰시각이 너무 촉박하다.
오늘 저녁에 개기월식이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았던 터라 퇴근하며 보니 엷은 구름 속으로 보름달이 보인다. 예전처럼 마음이 들뜨지도 않고 추운데 사진을 찍을까 말까 망설이며 집에 도착하였다. 저녁밥을 먹는데 딸이 조금 있으면 개기월식이 시작된다며 카메라를 챙긴다. 옥상보다 발코니에서 봐도 되겠기에 카메라 세팅하는 것을 거들어 주었다. 발코니에 삼각대를 설치하려니 카메라가 너무 내부로 들어와서 시야가 좋지 않다.
창문을 열고 삼각대의 두 다리를 창문틀에 올려서 카메라를 외부로 바싹 밀었더니 시야가 훨씬 좋아졌다.
루페를 이용하여 초점을 맞추고 적정노출을 조정하는 것이야 아직은 내가 잘 할 수 있으니 개기월식 촬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중간중간 제대로 촬영이 되는지 점검을 하기는 하였지만 오늘의 촬영 주도권은 딸이 쥐고 있다. 옥상에 올라갔다면 추위에 떨었겠지만 발코니에서 찍으니 찍지 않을 때에는 분합문을 닫고 거실에 있으니 춥지도 않다.
발코니에서 촬영하게 되니식구들이 돌아가며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과정을 같이 보았다.
아내는 이렇게 좋은 조건에서 보는 것조차도 귀찮아하고 호기심이 없어 보이기에 일부러라도 보라고 채근하기도 하였다.
달의 고도가 높아지며 카메라 주변부에 창문틀도 보이고 워낙 장시간 월식이 진행되다보니 끝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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