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차도 움직여주고 운동도 할 겸 김포대교-아라한강갑문 주변을 한 바퀴 돌아왔다. 당연한 겨울날씨지만 추워서 옷을 두툼하게 끼어 입고 나갔더니 목에 걸고 다니는 안경이 감각이 둔해서 안경다리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아차!' 했다. 평소에도 상품으로 나온 안경 줄이 못마땅하여 내 나름대로 안경다리에 목줄을 가는 실로 여러 번 감아서 묶고 열수축튜브를 끼워서 사용하고 있다. 다행히 부러진 부위가 안경 줄을 실로 묶은 부분이기에 형광등 튜브를 고정시키는 강철을 잘라서 앵글을 만들어서 부러진 부위에 부목을 대고 실로 감고 열수축튜브를 끼워서 수리하였더니 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겨울철이라 머리카락이 길어서 안경을 껴도 이어진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보니 안경다리까지 고쳐보게 되었다.
주 중에 아내의 생일이 있어서 일요일 오후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모두가 모였으니 식탁의자가 부족하여 방에 있는 의자까지 꺼내왔다. 나를 가장 먼저 앉으라고 소매를 끌어다 의자를 손으로 두드리더니 다음에는 자기가 앉을 어린이용 의자를 손으로 두드린다. 아직 말은 하지 못하지만 알 것은 다 아는 Seung이다.
전에 왔을 때 내가 매일 먹는 약병을 분명히 만진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하여 포기했었다. 근자에 수명파크에서 Seung이 스마트폰과 포크를 변기에 넣었다고 하던데 초록집에 와서는 뭔가를 쓰레기통에 넣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전에 사라진 약병도 쓰레기통에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 Seung은 호기심이 많아서 무엇이든 만지고 돌리고 누른다. 언젠가는 오디오의 볼륨을 높여 놓아서 멋모르고 오디오 전원을 넣었다가 놀라기도 했었단다. 호기심이 많으니 기대된다.
대부분 생일을 약소하게 보내는 편인데 어쩌다보니 판이 커져서 케이크가 세 개이다. 초록집에서는 누구의 생일이든 초는 한 개만 켰었는데 이번에는 빙긍빙글 돌며 생일축하 노래까지 나온다.
Jun이 할머니 생신축하 편지도 쓰고 목걸이도 한 땀 한 땀 스스로 만들었단다. 정성이 지극하다.
아내가 '목걸이하고 광화문광장이라도 한 바퀴 돌아와야겠다.'고 하니까 Jun이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할머니가 좋아하실 줄 알았어!'라고 하더란다.
성북동집에서 생활하던 아내가 겨울을 나기 위하여 서울집으로 철수 하였는데 지난 주말에 작은집 식구들이 다녀갔다. 오랜만에 왔으니 사진이나 찍어줄까 해서 카메라를 들었더니 작은손자 Seung이 신기한지 달려든다. 렌즈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버튼을 마구 눌러댄다. 렌즈에 묻은 지문은 나중에 닦아냈다.
숫자를 좋아하는 큰손자 Jun은 내 핸드폰의 만보기를 와 있는 동안 흔들어서 숫자를 올린다. 초기값이 67이었는데 돌아간 후에 보니 3,016이다. 손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데 많이 컸다!
대전 성북동집의 마스코트인 선화는 겨울철을 맞이하여 성북동집에서 철수할 때(20221204) 서울집으로 같이 왔다. 아내가 수를 놓아서 옷을 만들어 입혔다. 일홍이는 딸이 부산에 사는 라이언 동호인 언니가 옷 해 입히라고 보내왔단다. 딸이 평소에 라이언의 옷과 모자 등의 소품을 많이 만들어서 옷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지만 인형의 옷은 처음이고 집중하느라 만드는 과정의 사진은 찍지 못하였단다. 두 벌을 만들었는데 잘 만들었다. 선화의 모자 장식과 일홍이의 모자는 라이언에게 씌우려고 딸이 만든 것이고 빨간 신발은 아내가 만들었다. 꽃 이름을 따서 선화의 성은 '수'이고 일홍이의 성은 '천'이다.
토스터에 문제가 생겼다. 식빵을 넣고 레버를 누르면 구워지기 시작해야 하는데 그냥 튀어나온다. 토스터의 구조를 알지 못하지만 고치지 못하면 폐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분해해 보았다. 레버를 눌러도 고정되지 않고 튀어나오기만 한다. 요리조리 살펴보아도 고장 날 곳이 없는데 전자석이 붙어 있다. 기계적인 부분이 아니라 전기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테스터로 전선을 확인해 보았더니 단선되었다. 기존 전선과 동일한 규격의 컴퓨터 전원선을 찾아서 교체하였더니 전선이 30cm 정도 짧아졌지만 잘 작동한다.
서울집 청소기가 고장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성북동집의 겨울준비와 업무출장으로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수리하게 되었다. 전에도 전선이 청소기와 연결된 부분에서 단선이 되어 수리를 하였는데 이번에도 같은 부분에서 단선이 되었다. 두 번째 수리를 하였더니 전선의 길이가 좀 짧아졌다. 전선은 납땜으로 간단하게 연결이 되었으나 자동감김 릴의 스프링을 다시 복구시키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오래 전에 Jun이 발전기 조립 키트의 전깃줄이 끊어졌다며 고쳐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모든 연장이 시골집(=대전 성북동집)에 있으니 며칠 전(20221120)에 서울 초록집으로 올 때 필요한 연장을 챙겨 왔었다. 주말을 맞이하여 발잔기 조립 키트를 수리하기 위하여 수명파크로 출발~
정작 수리를 의뢰한 Jun보다 동생인 Seung이 나서니 형님이 양보해 준다.
할아버지는 무엇이든지 고칠 수 있냐며 잔뜩 기대를 한다. 영어로 된 설명서를 줄줄 읽고 내게 우리말로 설명해주며 부품을 조립한다. 올봄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녔는데 참 대단하다.
고장이 났다기보다 발전기와 기판 사이의 전선 연결이 풀어진 것이다. 이런 기회에 직류용 전선 두 가닥 중에서 [+]는 빨간색 전선이고 [-]는 검정색 전선인데, 기판에 [+]와 [-]가 표시되어 있는 곳에 색깔에 맞추어서 전선을 연결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뭔가를 고칠 때면 관심을 보이니 나 혼자 고쳐주는 것보다 설명해 주고 참여해서 같이 고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나저나 Jun는 손에서 만보기를 놓지 않고 수시로 흔들어 주는데 숫자를 좋아하니 단순히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기 위함이다. Jun이 만보기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을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단다.
전선을 연결하고 발전기를 돌리니 전구에 불이 켜진다. 완전하게 고정하기 위하여 기판에 전선을 연결한 부분에 납땜을 했다. 물론 납땜하는 순간에는 연기에 쏘이지 않도록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도록 일렀다. 납땜을 하고 발전기를 돌려보니 한순간 전구에 깜빡 불이 켜진 이후로는 불이 켜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으나 효과가 없다. 결국 실패를 선언하였다. 그래도 빨간색 전선은 [+]이고, 검정색 전선은 [-]라고 알려준 셈이다. 할아버지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 있단다.
오랜만에 초록집(서울집에는 (청?)개구리공예품이 많기에 작은집 손자 Jun이 지은 이름)에서 주말까지 지내게 되었다. 내가 집에 있는 틈을 타서 딸이 대전 성북동집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시들어가는 국화뿐인 꽃밭은 볼품이 없고, 텃밭도 가을걷이가 마무리 단계이니 구경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를 거들어서 겨울준비를 하고, 김장용 배추와 알타리 무도 수확하고, 다년생 화초도 옮겨 심으러 가는 것이다. 딸이 성북동집에 관심을 갖고 여건이 될 때마다 다녀오려고 하니 나도 흐뭇하다. 딸이 초록집을 비운 동안 해야 할 일을 알아보기 쉽게 포스트잇에 메모해서 싱크대 상부장에 붙여놓았다.
딸은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집안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바쁘게 집을 나선다.
동내 내과에 정기검진을 십 수 년 다녔다. 이와 연관하여 한 달 전쯤 건강보험공단에서 혈압계를 보내주었는데 이제야 꺼내서 사용방법을 알아보고 혈압을 측정하여 보았다.
외부 유리창 청소
오랜만에 초록집에서 쉬게 되어 엊저녁에 딸에게 가볼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고궁 중에서 유일하게 덕수궁 주변에 단풍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겨울철이라 해가 짧고 주변의 고층건물 때문에 저녁때 가면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별로라며 일찍 다녀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침에 날씨를 보니 춥지는 않은데 쨍한 날씨도 아니기에 덕수궁에 갈까 하다가 모처럼 집에 있게 되었으니 외부 유리창 청소를 하기로 하였다. 딸은 최근까지 모기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였다는데 내일 저녁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기에 더 미룰 형편이 아니다. 지장물을 치우고 유리를 닦느라 늦은 점심밥을 먹었다. 외부 유리창을 모두 닦기가 버거워서 일부는 남겼다.
15년을 살다보니 문턱의 비닐 래핑이 파손되었다. 주로 청소기를 다른 방으로 옮길 때 끌고 다녀서가 아닐까? 파손되기 시작한 것은 1~2년은 되었지만 순간접착제를 발라보는 정도였다. 가끔 고쳐야하겠다는 생각은 하였으나 차일피일하고 있었다. 6월 초부터는 지방출장을 다니느라 주로 대전 성북동집에서 머문다는 핑계도 한몫을 하였다.
그런데.... 서울집에서 지내는 딸이 씨트지를 이용하여 방문턱을 보수하고 가족끼리 사용하는 카카오톡에 올렸다. 이제까지 집에 대하여 뭔가를 고칠 일이 있으면 주로 내가 나서서 하거나 아니면 가족에게 방법을 알려주며 고치라고 하여서 처리했었다. 가끔은 누군가가 나를 대신하여 이런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나이도 그렇고 언제까지 내가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딸이 방문턱 보수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해서 씨트지를 구입해서 고쳤다는 자체가 내게는 감격스러운 사건처럼 여겨진다. 씨트지가 밀착되지 않아서 공기층이 생겼기에 드라이로 더운 공기를 쐬며 바늘을 이용하여 공기를 빼내는 작업을 추가 하기는 하였다.
국립과천과학관의 유튜브 중계방송에서 월식 중에 천왕성 엄폐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는 과거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700년 동안 이번 뿐이란다.
개기월식
천왕성 엄폐 시작....
천왕성 엄폐 종료
부분식 종반
■ 2022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에 관한 가족끼리의 까까오톡 기록
최근들어서 스마트폰 페이스북에 2022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현상에 대한 자료가 빈번하게 올라 왔었다. 내가별 보기를 좋아하니 가족들도 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가족카카오톡에 필요한 자료를 올렸다. 나는 군산출장 중이니 촬영은 진작에 포기하고 숙소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보기로 하였다. 저녁밥을 먹고 숙소를 돌아오는 길에 달이 뜨는 동쪽 하늘이 보일 만 한 곳을 찾아 보았으나 건물만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생각해 보니 옥상에 올라가면 맨눈으로라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옥상에 올라가니 배경은 시원찮아도 이미 월식이 진행중이다. 혹시나해서 스마트폰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해가며 달을 촬영해 보았으나 시간만 낭비하겠기에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월식은 진행속도가 느려서 느긋하게 볼 수 있고 약간은 지루하기도 하다. 이런 때 가족들과 카카오톡으로 월식을 어찌 보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알려주기도하였다. 작은집 손자들과 에미는 서울 수명파크에서, 딸은 서울 남산에서, 아내는 대전 성북동에서, 나는 군산에서 따로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현상을 본 셈이다.
젊어서 필름카메라로 별사진 촬영할 때 장노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하여 전자식 타이머를 구입하였다. 디지털카메라로 바뀌며 타이머의 주용도는 가스보일러 가동시간을 재는 것으로 변하였다. 겨울철에나 사용하니 봄-여름-가을 동안 방치했다가 사용하려면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전자식이라고는 하지만 기판을 분해해서 버튼의 접점 부분을 닦아주면 기능이 회복된다. 작년에도 Jun과 타이머 손보기를 하였기에 공구를 준비해서 Jun이 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이버로 나사못을 빼거나 박고, 기판과 버튼의 앞과 뒷면을 구분하고, 주변 모양을 살펴서 부품의 제 위치와 방향을 찾는 과정을 같이 해 보았다. 대단한 체험은 아니지만 커서 사물을 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손보기작업 중에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런 것을 고치냐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고장 난 것은 고쳐보려고 한다고 대답하였다.
추석을 맞이하여 가족들이 초록집으로 모였다. 14개월 차인 Seung은 이제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더 신통한 것은 전혀 울지 않는 것이다. 성북동집의 이웃집은 아기의 우는 소리가 아니면 사람이 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아기니까 의사표현을 우는 것으로 하는구나했는데 Seung을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Seung은 울지 않아도 의사 전달이 되나보다. 꼭 다문 입술이 야무지게 보인다. 내 손자라 그리 보이나?
밥(이유식) 한 술을 먹는데 온 힘을 쓴다. 하여튼 잘 먹으니 좋다.
다섯살 터울의 Jun은 동생을 보아서인지 한결 늠름해 보인다. 가끔 동생을 힘들게 할 때가 있기는 하다던데 동생을 잘 챙긴다고 한다.
Jun은 숫자와 연관된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인데 덧셈과 뺄셈은 자릿수와 상관없이 한다. 아빠가 방법을 알려주었단다. 물론 주산학원도 다닌다. 목에 걸고 있는 것은 만보기인데 걸음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숫자가 넘어가는 것을 좋아해서 내가 선물한 것이다. 걸어 다녀서 숫자가 올라가기도 하지만 숫자를 올리기 위해서 팔을 휘두르기도 한다. 어떻든 운동은 덤으로 되는 셈이다. 내게 덧셈과 뺄셈 문제를 내 달라고 한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면 한결 쉬울 텐데... 어쩔 수 없다. 하기야 나도 글씨쓰기와 수저사용 등 몇 가지를 제외한 도구 사용은 왼손잡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검산을 했다. 15자리를 넘는 숫자는 입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어제 태풍 힌남노 피해로 포항 지하주차장 사고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인데 애비가 아직 Jun이 죽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Jun에게 이야기를 해 주다보니 천문학과 관련된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 북쪽이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방위(동서남북)에 대해서 알고 있다. 초록집의 서쪽에 수명파크가 있다고 알려 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게제에 태양과 달에도 방위가 있다고 쉽게 설명하여 주었지만 알아듣지는 못한 듯하다. Jun이 숫자를 좋아하니 한 바퀴 빙 돌면 360도라는 것과 지구의에 쓰여 있는 경도와 위도도 설명하였으나 경도와 위도까지는 이해를 하지 못하는 듯하다. 태양의 표면 온도가 6,000도 이고, 별이 무지하게 많다고 하니 Jun이 무량대수를 들먹이던데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6,000개이고, 태양의 나이가 46억살 이라고 숫자와 연관된 것을 알려주었다. 태양의 나이를 이야기하니 태양이 태어나고 죽는다는 것을 설명해야 했다. 태어나는 과정은 자석이 서로 붙듯이 먼지가 모여서 자꾸 커지고, 커지면 뜨거워지고, 어쩌구 저쩌구.... 말이 되지 않는지는 모르지만 뉴턴까지 들먹이며 하여튼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태양이 죽는 것은 어제 애비한테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지만 Jun에게 설명이 쉽지 않다. 질량의 크기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을 설명 할 수 없어서 태양은 가스레인지에서 가스를 다 쓰면 불이 꺼지고 점점 식는 것처럼 변한다고 밖에 설명하지 못하였다. 초신성이나 블랙홀은 설명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겠다. 별이 탄생했다가 죽는다는 정도만 알아도 대단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