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20221218
주 중에 아내의 생일이 있어서 일요일 오후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모두가 모였으니 식탁의자가 부족하여 방에 있는 의자까지 꺼내왔다. 나를 가장 먼저 앉으라고 소매를 끌어다 의자를 손으로 두드리더니 다음에는 자기가 앉을 어린이용 의자를 손으로 두드린다. 아직 말은 하지 못하지만 알 것은 다 아는 Seung이다.
전에 왔을 때 내가 매일 먹는 약병을 분명히 만진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하여 포기했었다. 근자에 수명파크에서 Seung이 스마트폰과 포크를 변기에 넣었다고 하던데 초록집에 와서는 뭔가를 쓰레기통에 넣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전에 사라진 약병도 쓰레기통에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 Seung은 호기심이 많아서 무엇이든 만지고 돌리고 누른다. 언젠가는 오디오의 볼륨을 높여 놓아서 멋모르고 오디오 전원을 넣었다가 놀라기도 했었단다. 호기심이 많으니 기대된다.
대부분 생일을 약소하게 보내는 편인데 어쩌다보니 판이 커져서 케이크가 세 개이다. 초록집에서는 누구의 생일이든 초는 한 개만 켰었는데 이번에는 빙긍빙글 돌며 생일축하 노래까지 나온다.
Jun이 할머니 생신축하 편지도 쓰고 목걸이도 한 땀 한 땀 스스로 만들었단다. 정성이 지극하다.
아내가 '목걸이하고 광화문광장이라도 한 바퀴 돌아와야겠다.'고 하니까 Jun이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할머니가 좋아하실 줄 알았어!'라고 하더란다.
Jun이 할머니에게 생일선물로 준 목걸이는 선화에게 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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