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경 사용하던 사진기와 쌍안경을 도둑이 들어 잃어버리고, 중고 Nikon FM2를 구입하려고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충무로에 나갔다. 물론 떠나기 전에 물건이 있는지 확인은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물건이 없다. 가게 주인이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았으나 역시 없다. 이런 경우 다음을 기약하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좋은 방법이지만, 나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젊었을 때에는 이렇게 충동구매하고 후회한 적이 몇 번 있다. 여기서도 가게주인의 권유로 Nikon FM2 대신 Nikon FM을 후레쉬를 포함해서 10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대학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므로 별사진에 관심이 없던 때에는 직장에서 사진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군자염전, 소래포구, 올림픽공원, 과천, 설악산, 치악산 등으로 사진촬영도 다니고...., 언젠가 사진 촬영을 마치고 사진기를 청소하기 위해서 가죽으로 닦고 공기펌프로 불었다. 외부만 그렇게 하고 끝내지 않고 렌즈를 빼고 뒷뚜껑을 연 다음 B셔터를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공기펌프로 먼지를 불어냈다. 요리조리 사진기를 움직이며 청소를 하는데 갑자기 찰깍하고 셔터가 닿쳐지면서 공기펌프가 셔터에 걸려서 셔터가 망가졌다. 그래서 강남역 부근에서 사진기 신품 가격의 10%정도에 수리했다.

1996년 하쿠다케혜성 출현과 1997년 헤일밥혜성이 출현하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입수 창구가 생기면서, 지금까지 신문과 잡지에서나 접 할 수 있었던 천문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원래 관심이 있던 분야였으므로 그냥 앉아 있을 수 없는 충동에 망원경도 구입하고, 별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했다. 날씨가 맑고 시간이 없는 평일은 강화도나 김포로, 휴일은 태기산 등으로 나갔다. 그런데 태기산에서 촬영한 헤일밥혜성 사진에 발광성운 같은 붉은 반점이 나타나 있다. 이것이 처음에는 발광성운이 찍힌 것으로 알았는데 자세히 다른 사진을 보니 찍은 위치가 달라도 사진의 일정한 위치에 나타나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성운은 아니고...., 그럼 사진현상 도중에 빛이 들어가지 않았나 의심이 갔다. 그렇다면 필름에 반복해서 반점이 나타나야 하는데 중간 중간 나타나지 않는 사진도 있지 않은가! 오래 보관하다 보니 필름에 빛이 들어갔나? 사진기가 낡아서 뒷뚜껑이나 다른 틈새로 빛이 들어갔나?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좋은 방법이 없어서 숭례문 부근의 사진기 수리점에 수리를 의뢰했다. 상황설명을 하고나니 간단하게 뒷뚜껑과 본체 사이 등에 있는 스폰지를 교체해 준다. 오래 된 것이라 그곳으로 빛이 샌다는 시원한 답변과 함께....

고친 사진기로 다시 별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런데 증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수리점에 전화해 보았으나 뽀쪽한 수가 없다. 원래 중고 사진기를 샀으므로 그렇지 않아도 스폰지가 열화 되어 떨러져 나가던 터라 어짜피 고처야 할 것을 고친 것으로 자위하고 일단락 지었다. 그러던 중에 대전에 사는 친구의 소개로 사진기와 찍은 사진을 동봉하여 대전에 있는 수리점에 의뢰했다. 몇 번의 전화가 오가고 사진기를 테스트 해보았으나 빛이 새는 곳이 없단다. 그래도 찍은 사진에는 반점이 나타나니 어떻게든 수리해 달라고 부탁하니 지난번 수리한 스폰지를 다시 수리해 보겠단다. 그렇게라도 해 달라고 부탁하고 며칠이 지난 후 찍은 사진의 노출시간을 검토해 보니 3분 이상 노출을 준 사진에서만 붉은 반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출계의 불빛에 의심이 가서 수리점에 전화하니 그 원인이 이제야 밝혀졌단다. Nikon FM은 B셔터를 사용 할 때에도 노출계의 표시 램프가 켜져 있다(참고로 Nikon FM2는 전원이 차단됨). 즉 3분 이상의 장시간 노출시에는 노출계의 붉은색 램프의 불빛이 누적되어 사진에 나타난 것이다.

대전에 수리 의뢰한 사진기는 뒷뚜껑을 열어보니 스폰지를 다시 교체했다. 얼마나 고심을 해서 고쳤는지 요즈음도 뒷뚜껑이 뻑뻑하여 잘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요즈음은 아예 노출계의 수은전지를 빼놓고 사용하며 그 후로는 붉은 반점도 사진에서 사라져 버렸다. (200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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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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