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 가다/20240913

 

내일이면 추석을 쇠러 서울집으로 올라간다. 떠나기 전에 마무리할 일을 아침부터 하나하나 진행하였다. 꽃밭의 화분을 옮기고 풀을 뽑아주었다. 어제 오후까지 비가 오락가락 해서 습도가 높다. 9월 중순답지 않게 무더워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자리를 옮겨서 맥문동 주변의 풀을 뽑기 위하여 장갑을 낀 손을 들이밀었는데 가운데 손가락이 뜨끔하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다. 이런 와중에 장갑을 벗으며 무엇에 물렸는지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찾지 못하였다. 곧바로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바르고 알레르기 약을 먹었다. 혹시 뱀에게 물렸나 해서 살펴보니 약 3cm간격으로 희미한 찔린 흔적이 있다.  딸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는데 뱀에 물렸다는 판단을 할 수는 없었다. 아내가 119에 연락을 하자고 하기에 내가 운전해서 병원에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현재의 상태로는 가능하겠는데 가는 중간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119에 연락하였다. 

 

 

급하게 세수만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후 아내와 집 앞 도로에서 119 구급차를 가다렸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였다.

 

 

구급차 침대에 눕자마자 출발하며 상처를 살피고 혈압과 체온과 심장박동을 확인한다. 인적사항과 경위도 묻고 중간에 혈압도 다시 측정하고 정신상태를 확인하는 듯 하는 질문을 수시로 한다. 평생 처음으로 119 응급차를 이용하였다. 119 대원이 갈 수 있는 병원이 두 군데인데 우리집에서 가까운  정림동에 있는 대C병원으로 가겠다고 한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다시 혈압과 체온을 재고 인적사항을 확인하였다. 의사선생님이 무엇에 물렸는지 묻는데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고 하였다. 주변에서 뱀을 본적도 있고, 벌에 쏘여도 그리 아프지 않은 체질인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이 욱신거린다고 했다. 손가락은 물론 손등은 부어서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팔뚝도 욱신거린다. 눈도 충혈 되었단다. 희미하지만 물린 듯 한 상처를 보여주었는데도 뱀에 물린 상처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병원에는 뱀 독 해독제가 없는데 나에게 해독제가 있는 병원으로 옮겨갈 것인지를 판단하란다. 난감하다. 나도 뱀에 물렸는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해독제가 있는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였다. 119대원이 해독제가 있는 병원을 찾아 전화로 확인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한참 만에 관저동에 있는 건양대종합병원 응급실로 이동하였다.(구급차 출발/Ju 촬영)  

 

 

건양대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의사선생님이 상처를 보시더니 뱀에 물린 상처를 여러 번 보았는데 상처 사이의 거리와 상처의 모양으로 보아 뱀은 아니라고 한다. 한시름 놓인다. 말벌이나 지네가 아닐까 하신다. 수액과 혈관주사도 맞았다. 혈액검사를 비롯한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렸다. 상처가 생긴 후 부어오르는 모습이 금방 변하고 통증이 심하게 욱신거리고 손등이 근질근질 하였는데 한참 만에 의사선생님이 오시더니 상태를 확인하고 묻는다. 어느새 부기도 많이 빠지고, 벌겋게 변한 부위도 많이 줄어들고, 손가락 움직임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고, 눈이 충혈된 것도 좋아지고, 가려움증도 사라졌다. 내 폰으로 손등 사진을 촬영해 주며 다음에 내원하게 되면 의사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라고 하신다. 퇴원하란다.

 

 

비교사진/20240914.05:47

 

 

요즈음 뉴스에서 응급실 대란이나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보도가 빠지는 날이 없다. 추석연휴가 닥아 오니 '성묘나 벌초하러 가지 말자 '. '다치지 말자'. '아프지 말자'라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이 유행한다기에 웃긴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내가 평생 처음으로 119 응급차를 타고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올해부터 건양대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되어 하급의료가관을 거치지 않고 오면 본인부담금(90%)이 훨씬 많아진다고 한다. 진료비가 30만 원정도 들었다.

 

 

 

 

 

병원진료를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늦은 점심밥을 먹고 41번 시내버스로 성북동집에 돌아왔다. 5시간 10여분(11:00~16:10) 정도 소요되었는데 무척이나 긴 하루였다.

 

 

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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