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20190731
어제 오후에 아들로부터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아내가 닷새 전에 대전 성북동에 가서 혼자 있는데 엄마 오시면 그 때 같이 먹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요즈음 혼자 지내다보니 귀찮고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도 굳이 거절할 필요까지야 있겠나? 해서 그러마 하고 대답하였다.
출근하는 중이기에 퇴근해서는 밥 하고, 청소 하고, 세탁기 돌리고, 쓰레기도 버리며 생활하고 있었다.
특히 세탁기 돌리고, 쓰레기 버리는 일은 이번에 처음 해 보는 일이기도 한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속 편하게 살았는지 실감이 난다.
어제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방학을 맞이하여 해외여행 중인 큰집손자에게서 보이스톡으로 연락이 왔다.
생신 축하한다고.....
이제야 아들이 오겠다는 이유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 아내는 휴가철이 지나면 여행을 다녀오자는 이야기도 있었고,
자식들도 올해가 칠순인데 각자의 일정이 얽혀서 함께 모일 형편이 못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생각이 난다.
칠순? 고희? 생일?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니 각자의 계획을 진행하자고 하였었다.
어제 장마가 끝났다는데 생일 아침에 일어나니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한다.
우산을 쓰기는 하였지만 폭우 속을 걸어서 등촌동 작업현장까지 25분을 걸었더니 옷이 젖었다.
출근해서 일행을 기다리며 얼굴은 손수건으로 닦았으나 안경은 흐려질까 해서 닦지 않고 셀카로.....
아파트 세대를 방문해야 하는 일이기에 옷이 젖은 상태로는 일을 할 수 없어서 지하실로 내려가서 선풍기로 옷을 말렸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있으니 아들이 전화로 고기라도 구워야 하지 않겠느냐 기에 간단히 집에 와서 먹자고 하였다.
어린 손자에게는 식당보다 집이 훨씬 좋지 않을까?
피자와 치킨을 사들고 작은집 식구들이 왔다.
케이크는 사오지 않았다기에 잘한 일이라고 했다.
비행기 타고, 바다 보고, 배도 보았다는 작은집 손자를 오랜만에 본다.
냉장고에 먹다 남은 막걸리가 있기에 반 잔 마셨다.
사진 찍을 때에는 몰랐는데 피자 조각을 세어보니 일곱 조각이다.
예전에는 칠순(고희)이면 잔치를 했던 나이인데 어느새 내가 그런 나이가 되었다.
아직 대접 받을 나이도 아니고, 대접 받을 처지도 못된다.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고, 그냥 오늘 하루를 헛되지 않게 살아가는 생활인으로 남고 싶다.
굳이 전화기를 놓고 대전 성북동에 간 아내는 날짜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지낼 텐데, 내 생일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라나?
연락도 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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