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학암포해수욕장 (삼박사일)/19820700
우리 식구들만 아는 삼박사일이 있다.
30년 전의 일이다.
우리 식구들은 그 당시도 지금처럼 조용하고 한적한 여행지를 좋아했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여행정보는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입수하던 시절이다.
여름휴가철이면 여성잡지 등에는 휴가 갈 만 한 곳을 소개하는 특집기사가 실리곤 했다.
[교원]잡지의 별책 부록에 한적한 3박4일 여행지를 소개하는 글에서 여름휴가 장소를 선택하였다.
승용차가 없던 시절이라 용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태안군 원북면사무소가 있는 동네에서 내렸다.
여름휴가철이라 여기서 멀지 않은 학암포해수욕장로 가는데 우리 식구들만 버스에서 내렸다.
큼직한 배낭을 각각 메고 3살배기 딸아이 손을 잡고 무덥기는 하지만, 한적한 길을 따라서 우리들 만의 3박4일 목적지로 향하였다.
사창리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한없이 걸었다.
길을 물어 볼 사람조차 없어서 무작정 걸었다.
목적지에 충분히 도착했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지칠대로 지쳤는데 택시가 지나가기에 한적하기는 해도 다른 사람들도 있고 제대로 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걸었는데 그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스쳐 지나간다.
.......
걷고 또 걸어 해안길을 따라가니 외딴집이 나타나고 좀더 들어가니 막다른 길이다.
절벽에는 낚시꾼 몇명이 있고, 아래 해변에는 막자갈과 바위만 있고 모래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곳이라면 한적하게 바다낚시 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우리가 바라던 그런 여름휴가 장소는 아니였다.
더 볼 것도 없이 되돌아서 원북면사무소까지 걸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가까운 학암포해수욕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 배낭을 메고.....
그 당시에는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하던 때이다.
여행 갈 짐을 꾸리려면 이 쪽지(등산준비물)를 펴 놓고 하나하나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