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북동(동네 한 바퀴/둥구나무거리)/20240327
얼마 전에 데크에 놓은 목제 탁자에 비닐을 씌워야 오래 사용할 수 있겠기에 자외선에 강한 비닐하우스용 투명 비닐 조각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후에 친구 강ㅇ덕에게 전화하니 비닐하우스 보수작업을 하고 있단다. 적절한 시기에 전화한 셈이다. G1X mark2 카메라를 들고 웃둥구나무 못미처 있는 친구네 비닐하우스로 갔다. 오늘은 친구 이외에 세 분이 같이 작업을 하고 있기에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눌 형편이 되지 않는다. 폐기하려고 둘둘 말아놓은 철거용 비닐을 낫으로 잘라서 들고 나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둥구나무거리나 둘러보면서 집으로 갈 참이다. 좀 더 올라가면 웃둥구나무지만 굳이 다녀와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생략하기로 하였다.
가운데둥구나무(주막거리)
원래 두 그루가 있었는데 십여 년 전에 남아있던 그루터기도 사라졌다. 예전에는 주막거리라 불렀는데 어렸을 때에는 허리가 ㄱ자로 굽은 백ㅇ기 할머니가 사과상자에 눈깔사탕과 마른오징어를 파셨다. 요즈음은 구경하기도 힘든 마른오징어가 당시에는 흔한 간식거리였다.
느티나무 뒤쪽에 있던 교회는 주변의 우사 때문에 생활환경이 열악하여 철거하고 그 자리에 쉼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사 옆의 쉼터에 쉬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성북동 돌탑(용두탑)
정월대보름날 거리제(동제)를 지내는 곳이다. 어려서 동제 지낼 때 어른들이 부정(不淨)을 없애고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하여 한지를 태워서 공중으로 띄우는 소지(燒紙)하던 모습과 떡 얻어먹던 생각이 난다.
올해(2024) 대보름 행사를 안내하는 통장님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서울집에 머무느라 참석하지 못하였다.
● 폐허가 된 고향친구 강ㅇ덕의 옛집
혼자서는 썰매도 타지 못할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다. 나 보다 8살 위인 형님이 물레방앗간 위쪽에 있는 우리동네에서 가장 큰 논인 '닷마지기'로 썰매를 타러 갈 때 따라 나섰다. 형님과 형님의 친구들이 썰매를 타고 있을 때 물레방앗간에 물을 대는 수로의 얼음 위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음이 깨져서 물에 빠지고 말았다. 물레방앗간에서 가장 가까이에 우리집이 있었는데도 나를 더 멀리 있는 형님의 친구인 강ㅇ희 집( 내 친구 강ㅇ덕과 같이 삶) 사랑방으로 데려가서 이불을 씌워 덮어 주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우리집으로 갔다면 부모님께 혼날까 봐서 그리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불을 씌워주었던 사랑방은 헐려서 회사 물류창고가 들어섰고 폐허가 된 안채와 뒤꼍만 남아 있는데 큰 창고건물에 묻혀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에는 친구 강ㅇ덕과 연관된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형님의 친구 집이기에 형님 따라서 놀러 다녔던 것이다.
개나리꽃이 한창이다. 뒤꼍의 나무들은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제멋대로 무성하게 자랐다. 커다란 소태나무가 있었는데 없어졌는지 내가 몰라보는지 모르겠다. 친구네가 이 집에서 이사 간 것이 50년은 넘은 듯하다.
일주일 전(20240320) 서울집으로 떠나며 보니 꽃이 화사 했었는데 그 사이에 많이 시들었다. 친구네 옛집 뒤꼍을 촬영하려고 뒷집에 사시는 분의 동의를 얻어서 들어갔다. 예전에는 형님 친구인 송ㅇ순 댁이었는데 그 때에는 반대편에 대문이 있었다. 여기 이사 온지 10년이 되셨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옛 주인이던 송ㅇ순과 이웃에 사는 백ㅇ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야기 중에 얼버무려야 했다. 이제 옛 기억이 많이 사라지는 것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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