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북동 황금들판/20221007-20221008)
■ 20221007
농촌에서 자라서인지 누렇게 물든 들판을 보면 괜히 설렌다.
금수봉
올봄에 성토한 논이라서 그런지 다른 논보다 약간 시원찮다.
약사봉
우리 동네에서는 약산이라고 부르는데 약산이 구름에 덮이면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른쪽에 있는 논은 가로수가 있는 둑길이 생기기 이전에는 냇물이었다. 둑길이 생긴 후에도 냇물과 높이가 같은 논이었고 십 수 년 전에는 우렁이 양어장이었는데 어느 해인가 수해로 양식장이 사라지고 지금은 성도하여 논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봄에 우리집 앞의 밭들이 성토되기 전까지도 우리집 앞쪽으로 수로가 있었다. 수로의 말단이고 더 이상 논이 없으니 일 년에 몇 번 비가 많이 올 때나 물이 흐르지만 우렁이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십 수 년 전에 사라진 양식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 여ㅇ환이 살던 집만 옛 모습 그대로이다.
■ 20221008
어제 오후에 성북동집 근처에서 사진을 촬영하였지만 오늘 저녁때에는 닷마지기 쪽으로 다녀왔다. 예전에 물레방아가 있어서 논두렁의 고저차도 심하고 서향이라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풀이 무성하니 장화를 신고 햇빛을 가릴 모자를 눌러쓰고 신뜸으로 향하였다. 지난 화요일 아침에 버스에서 만났던 이ㅇ희 누님 농장에 도착하니 멀리서 알아보고 '동생 어쩐 일여?'하며 반긴다. 나이 들며 일하기 만만치 않다는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질 무렵인데 주차하기 어려우면 우리 농장에 차를 대라고 하신다. 한동안 집에서 약간 멀지만 널찍한 도로변의 논둑에 주차를 했었는데 장기주차를 하면 논농사에 지장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 여름부터는 좀 좁고 어설프기는 해도 집 근처 도로변의 냇가 쪽에 주차를 하는 중이다. 누님이 신뜸에 사시니 차타고 우리집 앞을 지나다니며 내차가 변변치 못하게 주차해 있는 모습이 걸리셨나 보다. 그냥 거기에 주차하겠다고 하니 '우리 농장이 좀 멀기는 하지' 라고 하신다. 평소 눈여겨 봐주시고 있다는 생각에 말씀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약사봉
이 부근에서 35년 전(19870504)에 촬영한 풍경
닷마지기
어려서 친구들과 썰매 타러 다니던 논이다. 닷마지기 동남쪽에 있던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한 수로가 있었기에 겨울철에도 항상 물이 차있었다. 얼음이 얼면 물레방아는 가동이 중단되고 커다란 고드름이 수차를 꼼짝 못하게 하였다. 그래도 닷마지기에는 항상 물이 차기에 얼음판이 썰매를 타거나 팽이치기에 좋은 놀이터였다. 아마도 우리동네에서 가장 큰 논이 아니었을까? 어려서 혼자 썰매를 타지 못하여 형을 따라 갔다가 수로에 서 있는데 얼음이 꺼져 옷을 흠뻑 젖은 기억도 있다. 형이 부모님께 혼날까 봐서 나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우리집보다 훨씬 먼 친구(강ㅇ덕의 삼촌)네 집 사랑방에 업고갔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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