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빨간 머리 앤)/20211226
내가 처음 건설회사에 취업하였던 1970년도 말에는 복사기가 없어서 내역서 등 여러 부가 필요한 문서는 먹지를 이용하여 여러 부를 만들었다. 인쇄 된 문서 양식 사이에 먹지를 넣고 맨 밑에는 책받침을 깔고 볼펜으로 꾹꾹 눌러서 글씨를 썼다. 한 번에 최대 먹지를 3매 깔았으니 원본을 포함하여 4부가 작성 된다. 관공사 등에서 10부를 요구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때에는 같은 내용을 세 번 써야하는 지루한 작업이었다. 내가 워낙 악필에 글씨를 크게 써서 신입사원일 때 다른 직원들이 함께 있는 장소에서 담당 임원이 '하기사'는 글씨 쓰는 일을 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그래도 군에서는 연애편지 대필도 하고 차트를 썼는데.... 그 실력이 어디 가지 않았으니 지금도 악필이다. 그 후 복사하면 석유냄새가 나는 복사기가 들어와서야 먹지 사용이 슬그머니 중단되어 지금까지 잊고 지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아내가 먹지를 찾는다. 문방구에 가면 구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손자가 언젠가 사용했던 먹지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아내는 빨간 머리 앤 그림을 합판 등에 옮겨 그린 다음에 물감으로 색을 칠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먹지를 생각해 낸 것이었다. 프린터로 인쇄한 그림을 먹지를 대고 합판 등에 쉽게 그린 다음에 색을 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나멜 물감도 새로 사서 딸내미와 함께 색을 칠하였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수를 놓든지 뭔가 꼼지락거리는 성격이 어디 갈까?
겨울을 나지 못하는 화초를 성북동집에 온실을 만드는 대신 서울집 거실 바닥을 차지하고 있다. 날이 풀리면 이 중에서 추위에 강한 화분은 발코니로 내놓기도 한다. 메리골드는 가을까지 꽃봉오리가 생긴 것은 모두 피어서 이제는 끝물인데 새로 꽃봉오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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