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집(나무의 동해 피해)/20210523

 

  지난겨울이 그렇게 추웠는지는 몰랐다. 작년 늦가을부터 성북동집 꽃밭과 집에 대한 겨울을 날 준비를 마치고 추위를 해해서 서울집으로 올라왔다(20201229). 배롱나무와 감나무는 지푸라기로 감싸주고 노지에서 겨울을 나기 힘들거나 겨울에 꽃을 볼 수 있는 식물은 본채 데크에 임시로 온실을 만들어서 들여놓았다. 온실은 기온이 12.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정온전선을 만든 동파방지기와 발열전구가 점등되도록 시설을 하였다. 12.5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난방을 하지는 않았지만 2019년도에 비하면 상당한 준비를 하였다. 한겨울에 아내가 두 번 다녀오기는 하였지만 그런대로 온실이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성북동집으로 돌아갔더니(20210311) 온실의 발열전구가 단선되어 있고 꽃들도 생기를 잃은듯하지만 잘 버텨냈다고 생각하였다. 봄맞이 준비 차원에서 꽃밭에 있는 나무들은 가지치기도를 해 주었다. 얼마 전에 동네 친구 강ㅇ덕과 이야기를 하는 중에 진잠(원내동)에는 이팝나무가 하얗게 꽃이 만발하였는데 성북동은 꽃이 피지도 않았다고 하였다. 성북동이 주변보다 추워서 봄이 일주일 이상 늦다며 올 겨울에 동네 감나무들이 많이 얼어 죽었다고 한다.  

 

 

란타나

    란타나는 날이 따뜻할 때에는 꽃밭에 두고 겨울에는 실내에 두려니 화분에 심어야 이동이 편리하다. 성북동집 꽃밭에서 가장 먼저 겨울준비를 한 것이 열대식물인 란타나이다. 작년에는 화분을 종이 박스에 담아 뽁뽁이로 보온을 해서 본채 데크에 들여놓았더니 별문제 없이 겨울을 났다. 그래서 지난겨울에는 계속 꽃을 보자는 욕심에 본채 데크에 온실을 만들여서 들여놓았던 것이다. 란타나 가까이에 정온전선으로 만든 동파방지기와 단지에 넣은 발열전구를 놓고 기온이 12.5도 이하로 내려가면 작동되도록 설정해 두었다. 한겨울에 두 번 성북동집에 다녀 갔을 때까지 한두 송이 꽃이 있었는데 봄에 가 보니 발열전구가 단선되고 란타나도 말라 버렸다. 그레도 날이 따뜻해 지기를 기다렸더니  새싹이 나와야 할 가지 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지는 말라가고 줄기와 밑동에서만 새순이 돋아난다. 마른 가지를 잘라내고 다시 꽃밭으로 옮겼는데 수형을 이야기할 의미가 없어졌다.

 

 

 

 

배롱나무(1)

    내가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강릉 허난설헌 생가터에서 본 배롱나무와 담양 명옥헌에서 본가 아닐까? 꽃밭이 생기면 꼭 심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인터넷에서 주문하여 20190406 성북동집 꽃밭에 심었다. 재작년과 작년에 꽃이 피었으며 겨울에는 보온을 해주기 위하여 지푸라기로 감싸 주었다. 그런데 봄에 새싹이 돋아날 때가 훨씬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기에 살펴보니 밑동에 가까운 줄기에 세로로 칼로 베인듯한 모습으로 나무껍질이 벗겨져 있고 밑동에서 새순이 돋아나 오고 있다. 아마도 지푸라기로 나무를 감싸주는 작업을 얇게 해서 비에 젖은 밑동 부근의 줄기가 추위에 얼어 터진 것이 아니지 모르겠다. 아깝지만 줄기를 잘라냈다.

 

 

 

 

배롱나무(2)

    예전부터 본채 앞에 있던 배롱나무인데 재작년에는 지푸라기로 감싸 주었었다. 동네친구 윤ㅇ환의 밭에 배롱나무가 있기에 물어보니 처음부터 우리동네에 심어서 자란 나무는 보온재를 감싸주지 않아도 되지만 외지에서 옮겨 심은 나무는 그 나무가 자란 환경을 모르니 감싸 주어야 한단다. 그래서 작년에는 지푸라기를 감싸지 않고 겨울을 났다.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는 싹이 나지 않고 한쪽 가지에서만 최근에 새싹이 돋아나 오고 있기는 하지만 새싹이 돋아날 위치가 아닌 가지 중간에서 나오고 있다. 죽은 가지를 잘라내면 올여름에 꽃은 볼 수 있겠지만 수형은 별 볼일이 없지 않을까 해서 줄기 상단에서 가지 세 개를 모두 자르려고 하니 아내가 반대를 한다. 이 배롱나무도 밑동 부근에서 새순이 많이 나왔다. 화단은 아내 소관이고 꽃을 보자고 하며 수형을 떠나서 아깝단다. 

 

 

 

 

 

대봉 감나무

    아내가 원하여 20190313 옥천 이원묘목시장에서 사다 심었다. 첫 해 감 한 개를 따 먹었고 작년에는 어린 감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감나무를 보온 작업하는 것은 모르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보니 보온작업을 하기도 하기에 지푸라기로 보온을 해 주었다. 겨울이 지나서 보온재를 제거해 주었다. 감나무가 원래 다른 나무보다 잎이 늦게 나오기에 무작정 기다렸다. 그래도 옆집 감나무도 잎이 돋아난 지 오래되었기에 살펴보니 줄기 아랫부분에서 3~4개의 새순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해를 입은 듯하다. 감나무로써의 가치는 없지만 너무나 서운해서 잘라내지 않고 좀 더 두어보기로 하였다. 

 

 

 

 

장미

    장미아치 양쪽에 심은 꽃송이가 큰 장미는 작년에 3m 이상 가지가 자랐다. 너무 껑충하여 단을 지어서 올봄에 가지치기를 해 주었다. 키가 짧은 가지에서는 진작에 새순이 돋아나서 자라는데도 긴 가지에서는 새순이 돋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가지가 말랐다. 감나무와 더불어 동해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는데 란타나와 배롱나무와 감나무가 죽었고, 동네친구 강ㅇ덕이 지난겨울 추위에 동네 감나무가 많이 죽었다는 말을 들은 터라 장미도 긴 가지는 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피라칸다

    겨울에 빨간 열매가 열리는 피라칸다도 나름 무성하게 자라서 작년 가을에 열매가 열렸었다. 새들이 좋아하는지 남천의 빨간 열매는 겨우내 그대로 있었는데 피라칸타 열매는 오래가지 않았다. 봄에 새순이 돋아나기 전에  수형을 잡아주는 차원에서 가지치기를 해 주었는데 잎이 돋아나지 않는데. 피라칸타도 동해를 입지 않았을까? 

 

 

 

 

 

 

   지난겨울에 동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옆집 안ㅇ권댁 감나무가 몇 년 전에 동해를 입었단다. 가는 가지는 다 죽고 굵은 가지 중간에서 많은 새순이 나와 현재의 모습처럼 이상한 감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작년에는 병충해가 심하여 감이 익기도 전에 모두 떨어졌다. 지난겨울에 옆에 있던 엄나무 두 그루는 밑동에서 잘려나갔지만 감나무는 간신히 잘릴 위기를 모면했다. 오래된 나무를 없애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살린 셈인데 아마도 내가 어렸을 때 익기 전에 떨어진 땡감을 주워 먹었던 나무는 아닌지 모르겠다. 

 

 

 

 

 

 

Posted by 하헌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