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과 비교해 보니/20161019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6개월 후인 1978년 1월부터 근무한 인천 주안동 주공2단지아파트건설현장 사무실이다. 그 당시의 현장 가설사무실은 합판과 각재를 이용한 합판거푸집용 4' * 8' 판넬로 벽을 만들고 수성페인트를 칠하였다. 벽은 창문의 오른쪽 부분처럼 판넬의 안쪽 면에 얇은 합판을 덧대기도 하였지만 왼쪽처럼 소각재가 보이기도 하였다. 물론 단열이란 개념은 없었다. 내부벽은 수성페인트를 칠하였는데 하부 징두리벽은 색깔을 달리하였다. 바닥은 판넬을 깔고 폐유를 칠하였으며, 천장은 얇은 합판에 수성페인트를 칠하였다. 지붕틀은 2"* 4" 각재로 트러스를 만들고 지붕은 골함석을 이용하였다. 출입문과 창문은 기성제품을 사용하였으나 창고문 정도는 현장에서 제작하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캐비넷은 다이얼이 망가져서 자물통을 달았으며, 책상과 의자는 지금도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꽂이는 합판을 이용하여 현장에서 만든 것이고, 창문 아래 놓여있는 제도용 책상도 현장에서 만든 것이다. 제도판 위에는 T자가 놓여있다. 창문의 왼쪽 달력 부근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 것은 출근부인 듯하고, 왼쪽에 앉아있는 총무님 모자에 있는 마크가 회사마크였다. 총무님 오른손 부근에 펀치와 주판이 보이고 흙이 잔뜩 묻은 구두로 보아 사무실 밖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오른쪽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지 6개월 차의 내 모습이다.  잠바에는 각색 볼펜이 꽂혀있고 뭔가를 기록하고 있다. 설계도면은 청사진을 반으로 접은 A2 크기의 책으로 만들어서 사용하였는데 설계도면이 커서 기술직원은 업무용 책상 옆에 보조테이블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인주는 지금도 구입이 가능한 제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뒤쪽 벽에는 조그만 칠판과 안전모가 걸려있다. 책꽂이 부근으로 천장에서 내려온 선은 전화선으로 생각된다.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휴대용 전자계산기는 사용하였다. 전자계산기를 처음 본 것이 대학교 3~4학년 때 구조역학 교수님이 가지고 계셨다. 포켓에서 꺼내서 계산해 보시고 가끔은 계산값을 확인하시는지 파스칼계산기를 90도 돌려놓고 핸들을 좌우로 돌리며 땡땡거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 입대를 기다리는 동안 설계사무소에서 근무 할 때 100V 전원을 사용하는 탁상용 전자계산기를 구조계산과 적산작업에 사용해 보았다. 설계사무소에서 가장 중요한 물품인지 퇴근 할 때에는 설계사무소 위층에 사시는 소장님이 들고 퇴근하셨다. 군 입대 후 휴대용 전자계산기 사용이 급속도로 늘면서 제대하면 어차피 사용 할텐데 하는 생각으로 휴가 중 CASIO 공학용 계산기를 구입했으니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는 줄곧 사용하였다. 더구나 나는 주판 사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의 첫 건설현장이었던  인천 주안동 주공2단지아파트는 KT인천지사 북동쪽에 고압벽돌로 지은 13평형 연탄난방식 아파트였는데 지금은 재건축되어 사라졌다.  

 

 

 

  이 사진은 지금 근무 중인 사무실로 첫 번째 사진인 주안아파트 건설현장사무실과는 시간적으로 38년 9개월 후의 모습이다. 물론 건설현장 사무실이 아니니 시설 차원으로는 같이 비교 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책상위에 있는 사무용품이나 시설은 비교가 가능하지 않을까? 예전에 청사진으로 만든 설계도면은 CAD도면으로 컴퓨터에 들어있다. 자주 보는 부분은 A4로 인쇄해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책에서 찾을 수 없는 자료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고,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야 목소리 큰사람 말이 맞거니 했지만 이제는  사실여부의 확인이 훨씬 수월한 세상이 된 셈이다. 얼마 전 미국 대선에서 각 후보가 말하는 것을 실시간 팩트 체크를 하기도 하고, TV 뉴스 시간에 팩트 체크코너가 있기도 하던데 컴퓨터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 아닐까?

 

  본격적인 일에서는 몇 년 전에 은퇴하였지만 아직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나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견적작업과 연관된 실무작업을 계속 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엔지니어라도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가며 차츰 실무보다는 관리차원의 비중이 커지지만 다행인지 항상 실무에 연관된 일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컴퓨터가 없다면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꺼번에 여러 화면을 띄워놓고 일 할 때에는 듀얼모니터로도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이제 필수품이라기보다는 나와 한 몸이나 다름없다. 38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이 사용하는 것이 있다면 전자계산기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전자계산기의 쓰임새는 예전과 달리 단편적인 계산이나 확인용으로 사용하고 계산작업은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CAD도면을 사용하다보니 예전처럼 SCALE의 쓰임새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모니터에도 SCALE를 들이댈 만큼 다른 사람들 보다는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또한 젊어서는 사용치 않던 안경도 꼈다. 또한 작업한 파일은 퇴근 직전에 USB에 백업을 해둔다.

    

 

 

  물가자료 책을 앞뒤로 넘기고 또 넘겼더니 부풀어 올랐다. 눈이 예전만 못하니 이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를 활용하며 나는 기술분야는 워드프로세서(word processor)보다는 스프레드쉬트(spread sheet = 표계산)를 많이 사용하였다. 8bit 컴퓨터인 Apple 2 plus에서 비지칼크(VisiCalc)를 처음 사용 할 때에는 '/' 뒤에 명령어의 영문자 첫 글자를 직접 타이핑해서 쓰는데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와 OS가 발전하며 셈벗, LOTUS 1-2-3, Quattro pro, Excel 등을 사용하며 그때그때 현실에 적응해 왔다. 요즈음은 Excel 이외에 한셀을 사용하기도 한다.   

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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