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길상사/20150919
꽃무릇 철이다. 선운사나 불갑사가 꽃무릇으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만만치 않은 거리이니 쉽게 나설 형편이 되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찾아낸 곳이 길상사이다. 몇 일전에 다녀온 딸이 이번 주말쯤이 좋지 않겠냐고 해서 아침 일찍 전철을 이용하여 출발하였다. 재작년에는 전철에서 내려서 길상사까지 걸어서 갔었는데 이제는 마을버스(성북02)가 생겨서 힘 들이지 않고 갈 수 있었다. 길상사에 들어서자마자 여러분들이 꽃무릇 촬영에 여념이 없다. 나도 합류하였으나 16~35mm의 초광각렌즈로는 근접촬영을 해야 하는데 화단 밖에서 만 촬영하려니 여의치 않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꽃무릇을 중심으로 사진촬영을 하다 보니 법정스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진영각에 도착하였다. 진영각 한 켠에 법정스님이 만드신 듯한 의자가 있기에 벽에 붙어있는 진품 사진과 대조해 보니 유사품이다. 진영각 내부도 둘러보았다. 가을 날씨라고는 하지만 아직 계곡에는 모기가 많아서 몇 방 물리고는 서둘러서 입구 쪽으로 내려왔다.
종무소에 들려서 모기약을 바르고 나니 점심공양 시간인지 식당 쪽으로 움직이는 분들이 눈에 띈다. 마땅히 점심 먹을 식당이 없는 지역이고 무료급식을 하는 사찰이니 초파일날이나 먹어 볼 수 있는 비빔밥에 시래깃국으로 맛있게 점심공양을 했다. 공양을 마치고 다시 한번 계곡 중간까지 둘러보았는데도 아직 이른 시간이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참동안 앉아 있다가 마을버스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길상사를 나왔다.
열흘 전에 태기산 별 보던 임도에서 주은 모자를 집에 와서 빨고 오랫동안 방치되어서 허름한 부분은 꿰매서 오늘 처음으로 쓰고 나왔다. 크기가 아담하여 쓰임새가 많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잔디밭에 있는 의자에서 쉴 때 모자를 벗은 후 배낭을 모자 위에 놓았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을 탄 후에야 모자를 잃어버린 것을 알았다. 나중에 사진을 추적해 보니 배낭 밑에 깔린 사진에 마지막이다. 인연이 닿지 않은 모자였나 보다.
0919 (길상사 : T와 둘이서 :전철)
[전에는]
20131107..... http://hhk2001.tistory.com/4158 http://hhk2001.tistory.com/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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