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대전 성북동)/20241027-20241031
■ 20241027
아침에 일어나면 비가 내리거나 추워서 사흘 만에 산책을 다녀왔다. 모처럼 홀목골을 거쳐서 탕골에 있는 친구 윤C환네 밭을 다녀왔다.
꽃밭의 겨울준비 중에 배롱나무와 감나무를 볏짚으로 감싸주는 일이 있다. 얼마 전에 진티고개 근처의 초등학교 동창인 남S순네 논은 추수를 마치고 볏짚까지 걷어갔다. 며칠 전에 친구 강S덕에게 볏짚을 부탁하려고 전화하였다. 동창 박J협네 논과 함께 이미 추수를 하였는데 콤바인으로 추수할 때 볏짚을 썰어서 논에 뿌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D기네가 아직 추수를 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다음날 친구 김D기에게 전화하였더니 어제 추수를 했는데 볏짚을 논에 뿌렸단다. 바로 이 논이다. 어쩔 수 없이 작년에 쓰고 남겨둔 볏짚을 활용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하겠다. 논농사 짓는 시골에서 볏짚 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성북동에 성토가 유행하는지 흙을 실은 덤프트럭을 자주 본다. 이 논도 성토를 하다가 중단하였다.
탕골 입구
친구 윤C환네 밭
감나무는 시원치 않은데 감은 많이 열렸다. 사흘 전(1024)에 곶감으로 유명한 영동에 사는 친구 박G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올해 감이 풍년이란다.
친구 윤C환은 어찌 농사를 짓고 있는지 궁금해서 살펴보았다. 덜 자란 채소와 인디언감자가 있고, 들깨는 베어놓은 상태로 있다. 얼마 전에 안부전화를 하였더니 요즈음 비가 자주 내려서 들깨 농사를 베렸다(버렸다)고 하던데 안타깝다. 작년에 감자 캘 때 일손을 도왔던 밭은 농사지은 흔적은 있는데 잡초가 많이 보인다. 재작년에 감자를 심었던 개울 옆의 밭은 올여름 폭우에 둑이 쓸려 나가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천막지로 임시조치를 해둔 상태이다. 성격상 이렇게 농사지을 친구가 아닌데 세월은 어쩔 수 없나보다.
탕골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에....
내가 어렸을 때(1960년대 쯤)에는 멀리 보이는 산에는 하부에 아까시나무와 오리나무가 조금 있었을 뿐 벌거숭이 산이었다. 벌거숭이 산이라 메아리가 잘 들렸다. 잊고 있었던 '메아리'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그 시절이 생각나니 가슴이 찡해진다. 논과 만나는 부분에 장마철에나 물이 며칠 흐르는 조그만 개울이 있었는데 거기서 사금을 채취하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숙제로 아카시나무 씨를 채취하러 가기도 했던 곳이다.
탕골로 가는 길에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하였는데 안개가 껴서 풍경이 달라졌다.
■ 20241028
짐작은 하였지만 어느새 가을 풍경으로 변하고 있다. 성북2통 마을회관 시내버스 승강장 다리 건너편 도 제법 단풍이 들어간다. 오늘은 성북천 서측 둑길로 굿개말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엊저녁에 비가 좀 뿌린 흔적이 있다.
마빠우 방향....
지날 때마다 알밤을 주웠던 곳인데 오늘은 한 줌을 주웠다. 올해는 마지막이 아닐까?
감이 많이 열렸다.
여기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다.
팽나무거리에서 아내는 곧바로 집으로 향하고 나는 좀 더 걷기 위하여 둥구나무거리로 향하였다.
둥구나무거리
성북동 돌탑(용두탑)을 지나서....
둥구나무거리에서 내가 보기에 수형이 가장 멋진 느티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단풍이 많이 들었다.
가운데둥구나무(주막거리)
비닐하우스를 최근에 철거하였다. 비닐하우스가 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라 낯설다.
웃둥구나무
요즈음은 진잠에 가려면 시내버스를 이용하지만 도로가 생기기 이전에는 산징이고개(성재고개)를 넘어서 40~50분을 걸어 다녔다. 그 길은 오래전에 사유지를 통과하는 부분에 울타리가 생기며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구간 만 남아있다. 걸어서 진잠으로 다닐 때 이곳이 동네를 벗어나는 기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돌(3)
열녀 은진송씨 정려
둥구나무거리를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초등학교 동창인 옛 김Y희네 집(밭가운데집)의 담쟁이넝쿨 단풍이 곱다.
■ 20241031
40여일 전까지도 최고기온이 30℃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었었다. 어느새 새벽안개가 자욱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변하였다. 성북동의 누런 황금 들판도 어느새 벼 베기가 끝난 듯하다. 아내와 딸과 함께 성북천변 도로를 따라서 국립대전숲체원 가까이까지 갔다가 구 도로와 성문안천변을 따라서 되돌아 왔다.
성북동 종점에서 두 번째 출발하는 시내버스(07:00)가 방금 지나갔다. 손녀의 등교 뒷바라지를 마친 이웃 누님이 운동을 나오셨다. 아내와 누님이 먼저 출발하고 나는 딸과 사진을 촬영하며 따로 움직이자고 하였다.
가운데잣디(성북2통)에 정월대보름 거리제가 있다면 웃잣디(성북1통)에는 산신제가 있다. 산신제는 가을에 지내는가보다.
대파 밭이 말끔히 정리되었다.
금수봉이 정상 부분만 보인다. 성북1통의 숲체원 갈림길에서 숲체원까지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되돌아섰다. 제법 단풍이 들어간다.
집 뒤에 있는 감나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오시다 뭔 일인가 하는 눈치시다.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고 아랫동네 산다고 인사 드렸다. 큰형 이름을 대니 알고 있다는 눈치시다. 혼자 사신다는데 마침 잘 만났다는 듯이 이야기가 끝이 없다. 은행나무가 단풍이 들어서 멋있게 보이던데 은행 냄새가 말도 못하게 심하다고 하신다. 예전에 집이 있던 여러 필지를 구입하신 분이 집을 철거하고 은행나무를 심었단다. 내가 이 골목에 수영할머니가 사셨기에 몇 번 와 보았다고 하니 수영할머니를 아시는 눈치시다. 초등학교 동창 이름도 대며 오랫동안 아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끝이 없이 이어져서 빠져나오느라 신경을 써야했다.
벼 베기를 하려고 콤바인이 들어갔다가 정작 벼 베기는 하지 못하고 힘들게 빠져나온 모양이다.
출발할 때보다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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