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수리/20171226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대부분 주중에는 대전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고향집에 다녀오곤 하였다.

그때까지도 고향 동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건전지를 전원으로 하는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사용하였다.

중학생 시절부터 광석라디오와 트랜지스터라디오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였던 것을 바탕으로 동네에서 고장 난 라디오를 수리하게 되었다.

주말이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므로 불에 달구어서 사용하는 납땜인두와 간단한 공구를 챙겨서 고향집에 갔다.  

내가 고향집에 도착하고장 난 라디오를 보자기에 싸서 가져오거나 미리 가져다 놓기도 하였다.

그 당시에는 건전지의 품질이 좋지 않아서 오래 쓰다보면 전해액이 흘러나오곤 하였는데 전해액이 묻은 금속은 심하게 녹슬었다.

대부분의 라디오 고장이라야 건전지를 너무 오래 방치해서 전해액으로 인한 전지홀더가 녹슬거나, 기계적인 부품인 볼륨의 접속불량 정도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수리라야 건전지 홀더를 비롯한 전해액이 묻어서 녹슨 부분을 칼이나 페이퍼로 제거하고, 볼륨은 앞뒤로 여러 번 돌리기도 하고,

볼륨을 분해해서 접촉면을 닦거나 접촉이 잘 되도록 조정하고, 끊어진 배선이나 부품 연결 상태에 문제가 있는지 부품마다 두들겨 보는 정도였다.  

이 정도 만으로도 대부분의 고장은 수리가 되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테스터도 없었던 시절이었고, 더 이상의 고장은 수리하지 못하고 라디오방에 가보라고 일러주었다.

대학 졸업 후 군대생활 기간에 우리 동네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내가 아니라도 공업고등학교 출신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임무를 넘기게 되었다.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고장이 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들 때 간편하게 사용할까 해서 몇 년 전에 장만한 CD와 USB 기능이 내장된 라디오를 자주 사용하지 않다보니 소리가 나지 않는다.

볼륨의 접촉불량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라디오를 분해하였다.

가끔 가정용품을 수리하기는 하였지만 라디오를 고치기는 수십 년만인 듯하다. 

수리라야 전기제품에도 사용 가능한 윤활방청제를 볼륨 속에 뿌리고 여러 번 돌려주는 정도였지만 간단하게 수리가 되었다.

게제에 스위치 두 개의 접점에도 뿌려주고, 끝이 부러진 안테나도 수리하고, 뚜껑을 연 김에 붓과 청소기를 이용하여 먼지를 제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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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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