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20160726

일상_2016년 2016. 7. 25. 23:58

정전/20160726

 

  예전에는 정전을 대비해서 대부분 양초와 플래시를 준비해 두었었다. 전력 사정이 좋아지며 언제부터인지 정전을 모르고 살았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준공 된지 12년이 지났지만 정전이 된 적은 없었다. 올 여름은 장마철이 시작되며 폭염주의보가 자주 발령되고 최근에는 열대야가 계속되었다. 대개 장마가 끝나는 7월 말부터 8월 초가 되어야 더위가 절정인데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여름철 전력수요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는 뉴스도 있었지만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무더위일 텐데 까마득하다.

 

  그저께 저녁에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꺼지고 주변이 깜깜해졌다. 워낙 오랜만이라 정전이라는 생각도하지 못하고 잠깐 동안 멍하고 있었다. 정전이라고는 하지만 가로등과 주변의 다른 집들은 멀쩡하니 칠흑 같은 어둠은 아닌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플래시를 찾으려니 미리 정전에 대비하고 지낸 것이 아니라 어디에 두었는지 한참을 생각했다. LED 플래시 세 개를 켰지만 플래시의 특성상 빛이 한 방향으로 비추게 되어있으니 답답하다. 그때서야 양초가 생각나서 식구들이 생각을 더듬어 어렵게 찾아서 불을 밝혔다. 

 

  내가 군대 생활하던  1975년도에서야 고향집에 전기가 들어왔다. 대전에서 학교를 다닐 때에는 전기 혜택을 보았지만 고향집에서 통학 할 때에는 등잔불이나 호롱불을 켜고 지냈다. 대학에 들어와서 자기 집이 절(사찰)인 친구가 법당에서 쓰고 남은 양초를 많이 보내줘서 양초를 세 개정도씩 켜고 공부하면 엄청 밝았다는 생각도 난다. 특히 할머니는 친구(PGC)를 '양초 준 사람'으로 칭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양초를 켰는데도 어둡고 답답하다. 바람이 불어서 촛불이 흔들리기에 양초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촛농이 방바닥에 많이 떨어졌다. 어두운 상황에서도 촛농을 제거하느라 식구들이 한바탕 어수선하기도 하였다. 창밖을 보니 아파트 주민들이 밖에 나와서 무슨 일인가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아이들은 플래시를 여기저기 비추기도 한다. 아내가 어두워서 일을 하지 못하는 틈을 이용하여 태블릿을 보려는데 공유기가 정전으로 작동되지 않으니 인터넷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공동부분은 정전이 되지 않아서 엘리베이터, 가로등, 수도 등은 문제가 없다. 정전이 되고서야 우리생활에서 전기가 얼마나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실감했다. 이래저래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전기가 다시 들어 온 후 가전제품의 시간을 다시 맞추고서야 정전에 대한 상황은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인 어제 아침에서야 정전 되었을 때 사진을 찍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아쉬움에 다시 양초를 꺼내 와서 불은 켜지 않은 상태지만 사진을 찍어 두었다. 그런데 어제도 하루 종일 만만치 않은 더위였다. 평소처럼 저녁 뉴스를 보려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그저께와 비슷한 시간에 다시 정전이 되었다. 그저께처럼 당황하지도 않았지만 정전되어 촛불을 켠 모습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오히려 반가웠다.  벽에 비치는 내 그림자가 멋있다며 아내도 내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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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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