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여행(이청준생가)/20160410
강진과 장흥 여행계획을 세우며 강진은 볼만한 곳이 있던데 장흥은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 다만 28년 전인 1988년도 여름휴가를 보성 율포해수욕장으로 갔을 때가 떠올랐다. 자가용을 구입하고 처음 맞이하는 여름휴가를 남해안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정한 것이다. 요즈음처럼 정보가 흔치 않은 시절이라 거제도와 비교하다가 율포해수욕장을 선택한 것이었다. 훗날 보성이 녹차밭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당시는 보성 붓재를 넘으며 녹차밭을 보면서도 무슨 밭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다. 율포해수욕장 철제 아치를 지나며 본 해변은 마침 썰물이라 물이 빠져서 백사장과 바다 사이에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들어갔는데 마침내 막다른 길에 도착하였다. 차를 돌려 지나는 분에게 물어보니 철제 아치가 있는 곳이 해수욕장이란다.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율포해수욕장에서는 정차하지도 않고 통과하였다. 다음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붓재 이전부터 줄 곳 비포장길이였다. 산모퉁이를 돌아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하여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 운전이 서툴러서인지 차가 미끄러지며 산 쪽 배수로에 한쪽 바퀴가 빠져서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휴대폰이 있던 시절이 아니라 누군가가 지나가기를 무작정 기다렸다. 뜨거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기다리니 트럭 한대가 내가 온 방향에서 나타났다. 도움을 청했는데 별 말 없이 그냥 통과해서 가 버린다. 원망스럽게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 만에 반대편에서 트럭이 다가온다. 아까 지나쳤던 트럭인데 동네에 가서 몇 사람을 태우고 되돌아 온 것이다. 그물에 쓰는 밧줄을 트럭에 연결하고 사람을 태운 상태에서 우리 차를 끌어낸 것이다. 그제야 빈차로 끌면 안 될 것 같아서 동네에 가서 사람들을 태우고 왔다고 한다. 기념으로 그 때 견인했던 밧줄을 받았는데 1995년 폐차 할 때까지 트렁크에 넣고 다녔다. 차는 움직일 수 있지만 무슨 고장이 난 것이 아니가 해서 여행을 단념하고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가장 가까운 장흥의 정비공장을 찾아 갔다. 이것이 내가 장흥에 처음 갔을 때의 사연이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서울 광화문네거리를 기준으로 동쪽에 정동진, 서쪽에 정서진, 북쪽에 중강진이 있고 남쪽에 정남진이 있다. 장흥 정남진전망대를 가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이청준생가를 알게 되었다.
이청준의 '눈길'에서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있고, 서편제, 천년학, 축제..... 그러고 보니 정서상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아내도 좋아하여 이번 여행지 중에서 대박에 해당되지 않을까? 이제야 서편제를 촬영한 청산도가 직선거리로 30Km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우연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차를 몰고 진목리 동네 좁은 골목을 꼬불꼬불 들어 갔다가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차를 돌리는 과정에서 아내가 신호하는 대로 운전하다가 앞 범퍼를 히기도 하였다. 마을입구에 주차하고 다시 골목길을 통하여 이청준생가에 도착하였다. 마침 보수공사를 하는 중이라 평상시의 모습은 아니라도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전기 애자를 교체하며 나온 폐품도 기념으로 얻어왔다.
이청준생가를 방문하기 위하여 덕촌저수지 남쪽 길을 이용하려는 것은 여행계획 시부터 준비를 하였었다. 천관산이 보이는 보리밭과 밀밭을 통과하는 농로를 지나며 우리들 방식대로 여행의 묘미를 즐겼다. 물론 저수지 직전에 있는 다리를 건너기 전까지도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은 삥 돌아가는 큰 길이였다.
이청준생가로 들어가는 골목길.....
보수공사 중......
건축현장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으니 보수공사하는 모습이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보수공사 중이라 조명이 없는 상태에서 보기는 하였지만....
이청준생가에서 일하시는 한 분은 동네분이라는데 나이로 보아도 이청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였으나 동네 입구에서 아내가 만나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던 할머니에게서는 보다 세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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