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신성리에서/20030203

 

앞을 분간하기 힘들 만큼 수시로 짙은 안개는 몰려 다녔다. 도로라는 생각만 들뿐 온천지를 덮은 눈은 경계도 모호했다. 어렵게 밤길을 벌벌기어 갈대밭에 도착했다. 그러나 안내판 만이 여기가 신성리 갈대밭임을 알려줄 뿐 바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는 과연 여기가 갈대밭인지? 철새는 볼 수 있을지? 새벽에 철새를 볼 수 있다기에... 신성리에 온 목적은 이것이었다.

차안에서 고생하며 밤새고 나면 어떤 상황이 될지 안개 속 만큼이나 알 수가 없다. 차안에서의 잠이란게 뻔한 것 아닌가. 자다 깨다를하다 새벽 5시쯤부터 해가 오르길 기다렸다. 어둠이 걷히고 눈앞에 펼쳐진 갈대밭의 풍경은 태초의 신비가 이러했을까? 넓다랗게 펼쳐진 갈대밭은 밤새 안개가 새하얀 상고대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새는 날지 않았다. 상관 없었다. 상고대에 넋이 나간 우리는 옷매무새를 단단히 하고 수북히 눈이 쌓인 갈대밭 사이를 열심히 걸어 다녔다. 환상적인 풍경에 시간이 정지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입구 쪽을 향해 걸어나오다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사람" 사진작가 두분을 만났다. 렌즈를 통해서 보는 상고대는 어떨까 궁금해서 한번 보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하며, 갈대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에 주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며칠뒤 사진 한통이 배달됐다. 찍어 주신 것도 고마운 일인데 크게 인화를 해서 보내 주실 줄이야... 뜻밖의 선물이다. 감사드리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다.그 날 오전 내내 안개가 머문 탓에 상고대는 쉽게 사그러지지 않았다. 원없이 보았다. 그리고 안개 때문인지, 눈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새는 날지 않았다

2003.02.03 심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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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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