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북동집 농작물의 변신/20231022-20231025
성북동집 앞밭에서 자급할 농작물 여러 가지를 조금씩 재배한다. 농작물을 전적으로 자급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삼아 이것저것 심는다. 시골에서 자랐으니 보고 배웠을 만한데 막상 뭔가를 재배하려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고 곁눈질하며 몸으로 때우는 중이다. 아내는 성북동에서 상주하고 있지만 꽃밭 가꾸는 것도 벅차서 농작물까지는 손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주말에나 돌 볼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손이 덜 가는 작물을 주로 재배한다. 이렇게 재배한 농작물은 성북동집에서 일부를 소비하고 이웃에 사시는 누님에게나 맛뵈기 정도를 드린다. 나머지는 작은집(수명파크)에 보내기도 하지만 주로 내가 생활하는 서울집(초록집)에 가져와서 반찬을 만든다. 반찬을 만드는 딸의 솜씨가 일취월장하여 빈말이 아니라 '맛있다'를 연발하게 한다.
딸이 성북동집에 왔을 때 파종한 래디쉬와 무
뿌리로는 피클을 만들고....
줄기는....
데쳐서 무치고....
지난번에 가져온 솎은 무로 담근 김치는 정말 맛있다. 아내에게 맛뵈려고 성북동집에 가져갔는데 아내도 감탄한다. 이거 담글 때 양념이 너무 되다고 물을 넣으라고 하였더니 딸은 엄마가 알려준 대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미 반은 버무리기가 끝난 상태에서 나머지 반의 양념에 어렵게 물과 설탕을 첨가하였다. 다음날에서야 레시피에 나온 배합비율도 중요하지만 최종 맛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을 해 주었다. 나도 곁눈질로 알게 된 것이지만 열무김치 양념이 주루룩 흐르는 정도의 되기로 배합한다는 정도는 안다.
국도 끓이고....
늙은 호박....
호박죽. 고명으로 얹은 볶은 땅콩
성북동집에서 씻어서 물기를 말린 후 가져온 땅콩.....
겉껍질을 까서 물로 씻어서 물기를 말려서....
조금은 삶았다.
50여년이 다 되어가는 군대생활 때의 생각이 난다. 고참 쯤 되었을 때 당시에는 사과가 많이 나는 대구 부근으로 휴가를 다녀온 사병이 귀대 선물로 사과 한 박스를 통근차 편으로 먼저 보냈다. 부산에 있는 부대의 수송부에서 근무하였는데 군무원 퇴근용 차량에 선물을 보내고 자기는 귀대시간이 다 될 때까지 밖에서 있다가 귀대하는 것이었다. 행정병이었던 내가 받았는데 묶여있는 박스 속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손을 넣어보니 사과가 만져지고 또 다른 물컹한 것이 만져진다. 꺼내보니 삶은 땅콩인데 사과 사이의 틈을 삶은 땅콩으로 채운 것이었다. 혼자 조금씩 꺼내 먹다보니 너무 많이 먹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식탐을 자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나머지는 볶았다.
황태무침에 넣은 땅콩.
전에 보낸 호박으로 만든 호박나물
예전에 보낸 열무로 만들어 저장해 두었던 피클
열무 피클.
청경채도 성북동 산이다. 상추와 불고기와 황태와 쌀은 시장에서 구입하였다고 한다.
아내가 딸에게 메모해서 보낸 작업지시서???
●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이 되었지만 아내가 성북동집에 상주한 이후로 딸의 음식 솜씨가 일취월장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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