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충렬사와 백석 시비)/20170504

 

  세병관에서 나올 무렵이 되니 햇빛도 쨍하고 여름 날씨처럼 덥다. 세병관에서 충렬사까지는 먼 거리는 아니지만 오르막길이다. 이른 아침과 달리 관광객들이 몰려들어서 섣불리 차를 타고 충렬사로 갔다가는 주차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걸어서 다녀오기로 하였다. 그러나 막상 충렬사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한가하다. 

 

 

 

 

 

 

 

수국

 

 

 

 

 

 

 

 

 

 

 

 

 

 

 

 

 

 

 

 

 

 

 

 

 

 

 

 

 

 

 

 

 

 

 

 

 

 

 

 

 

 

 

 

 

 

 

 

 

 

 

 

 

 

 

 

 

 

 

 

 

 

  백석 시비

충렬사에는 언젠가 통영에 다녀온 친구가 시인 백석의 시비가 있다고 알려주기에 기억하고 있다가 가게 된 것이다. 백석은 통영의 '란' 이외에도 서울 길상사의 공덕주 길상화(김영환)와도 인연이 있어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라는 시가 길상화를 소개하는 안내판에 함께 있기도 한 시인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제사를 올리는 곳이니 백석이 애인 '란'을 찾아가 만나지 못하고 충렬사 계단에서 지었다는 시의 시비이니 성스러운 경내에 있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살펴보았다. 혹시 충렬사와 붙어있는 충렬초등학교 통학로에 있지 않을까 해서 교문 앞까지 다녀왔으나 찾지 못하고 충렬사로 들어갔다. 충렬사에 들어가서부터 건물 뒤편이나 공터까지 시비가 있을 만한 곳을 눈여겨보았으니 덕분에 충렬사를 샅샅이 살펴보게 된 셈이다. 결국 경내에서 찾지 못하고 나오는 길에 매표소에 문의하니 충렬사 앞에 있는 도로 건너편에 있다고 알려준다. 

 

 

 

 

 

 

 

 

 

통영2               [백석]

                        

구마산의 선창에선 조아하는사람이 울며날이배에 올라서오는 물길이반날

나는고당은 갓갓기도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조

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조

 

새벽녘의거리엔 쾅쾅 북이울고

밤새ㅅ것 바다에선 뿡뿡 배가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십흔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간 대구를말리는

황화장사령감이 일본말을 잘도하는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한테시집을가고십허 한다는

 

산넘어가는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이라는이갓

내가들은 마산객주집의 어린딸은 난이라는같고

난이라는이는 명정골에산다던데

명정골은 산을넘어 동백나무푸르른 감로가튼 물이솟은 명정 샘이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긷는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조아하는 그이가잇슬것만갓

내가조아하는 그이는 푸른가지붉게붉게 동백꽃 피는철엔 타관시집을 갈것만가튼

토시끼고 큰머리언고 오불고불 넘앳거리로가는 여인은 평안도서오신듯한데 동백꽃이피는철이 그 언제요

 

녯 장수모신 날근사당의 돌층게에 주저안저서 나는 이저녁 울듯울듯 한산도바다에 뱃사공이되어가며

녕나즌집 담나즌집 마당만노픈집에서 열나흘달을업고 손방아만찟는 내사람을 생각한다.

 

 

 

 

 

 

 

 

 

  충렬사에서 통제영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미리 알아두었던 골목길을 이용하여 박경리님의 소설 '김약국 딸들'에 나오는 서문고개 표석과 박경리님의 생가를 지나왔다. 통영중앙시장도 둘러보고 시장에서 점심밥을 먹었다. 

 

 

 

 

 

 

 

 

 

 

 

 

 

 

 

올해는 비파 열매를 먹어 볼 수 있을는지.....

 

 

 

 

 

 

 

박경리 생가

 

 

 

 

 

 

 

  통제영주차장으로 들어가며 보니 충렬사 방향에서 내려오는 도로는 차가 꽉 막혀있다. 시간 여유가 있고 도로사정이 좋으면 박경리기념관에 다녀올까 해서 준비를 했지만 통영 사시는 분이 통영은 케이블카와 루지 때문에 붐빈다고 하신 말이 떠오른다. 통영 초입부터 케이블카와 루지가 있는 미륵도로 들어가는 도로의 분기점마다 고속도로 진입로처럼 도로에 커다란 안내선이 그려져 있고 미륵도로 들어가는 도로는 차로 꽉 막혀있다. 미륵도에 있는 박경리기념관에 다녀올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다. 

 

 

 

 

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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