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20151220

 

  작년 늦가을에 아내가 인근 아파트에서 가져온 국화꽃 한줄기에 뿌리가 약간 남아 있어서 화분에 심었다. 그리고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옥상 구석에 두었다가 봄에 화단으로 화분채로 옮겼다. 오가며 보살피고 물과 쌀뜨물을 주었다.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꽃을 피워 발코니로 옮겨왔다. 발코니에 오기까지 꼬박 1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그 동안 몇 번은 내게 국화가 자라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하는데 발코니에 들여 놓을 때에도 어쩐 국화꽃이냐고 물었으니 나의 무심함이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아내가 정성을 들여 키워서 늦가을이 되어서야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을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 빗대서 해설해 주니 쉽게 닥아 온다. 덕분에 삭막한 겨울인데도 꽃을 본다.

 

  발코니에 국화꽃을 들여 놓고 다섯 차례 사진을 촬영하였다. 집이 동향이고 겨울철이라 발코니에 햇빛이 드는 시간도 짧은데다 날씨가 좋지 않기도 했다. 역광에 좁은 공간이라 노출 맞추기와 불필요한 시선을 차단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왕이면 국화 옆에 있는 아내의 멋진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도 없고 다시 찍자고 하기도 미안하다. 어제 저녁에 그간 촬영한 사진을 골라서 포스팅 준비를 하였는데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오늘 아침에 다시 촬영하였다.

 

  별사진(고정촬영)을 전제로 6D를 장만하다 보니 렌즈는 초광각렌즈인 캐논 EF 16-35mm F2.8L II USM을 선택하였다. 맨 날 별사진 만 찍는 것이 아니다보니 보통 사람들이 24-70mm 정도의 줌렌즈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화각이 넓기는 하지만 왜곡이 심해서 표준렌즈가 있었으면 하였다. 필름카메라인 니콘 FM2용 50mm와 28mm 단렌즈가 있어서 렌즈변환어댑터를 연결하면 아쉽지만 사용은 가능하다. 그러나 초점을 수동으로 맞추어야 하는 번거로움 정도는 감수하겠는데 노출은 수동으로 만 맞출 수 있다 보니 적정노출을 찾기 위해서 여러 번 촬영해야 하니 활용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사진의 색깔이 우중충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캐논 EF 50mm f/1.8 STM 렌즈를 구입하였는데 이 렌즈로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이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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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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