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망설이기는 했지만 오래전부터 계획된 휴가 장소를 변경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가족 전체가 같이 휴가를 가기는 2년만이며, 아마도 다음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식들도 이젠 각각 움직이기를 원하겠지만 우리 가족의 20년이 넘는 우리 스타일의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따라주었다. 나는 휴가 준비에 아무런 기여도 간섭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더구나 날씨가 좋지 않으리라는 일기예보 덕에 별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 모처럼의 기회지만 포기하니 짐도 줄고 마음도 오히려 편하다.

가는 길에 원주서 빠진 준비물을 챙기기 위하여 할인매장에 들렀을 때 수박도 샀다. 워낙 한적하고 깊은 산속의 인적 없는 곳이다. 비 내리는 것이 꺼림직 하기는 했지만 길가에 텐트를 쳤다. 어두워지기 전에 저녁밥을 해먹고 수박도 먹었다. 잘 익은 수박이다. 나머지는 비닐 봉투에 넣어서 시냇물에 담가 놓았다. 할일도 없고 불 밝힐 사정도 안돼서 어두워지자마자 잠을 청했다. 밤새도록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날이 새고 온종일 비가 내린다. 낮잠 자고, 책 읽고, 밥해 먹고, 오징어 먹고, 수박도 먹고... 다시 어두워지자마자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생리현상 때문에 잠을 깨었다. 사방이 무척이나 고요하다. 텐트를 열고 나가는데 별빛이 초롱초롱하다. 식구들을 모두 깨웠다. 화성이 무척 밝게 빛난다. 은하수와 여름철 삼각형도... 8월 2일 2시 10분이다.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이게 웬 일여? 팬티바람에 별도 보구... 그런데 이런 상황은 10분도 지나지도 않아서 다시 안개 속으로 묻혀버렸다. 수박을 먹지 않고 잤더라면 아침에나 일어났을 텐데.. . (20030802하헌국)

이번 화성 대접근(2003년 8월 27일)은 79년만인 1924년도 이후 처음이며 앞으로 47년은 기다려야 한다는데 올여름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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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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