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모 오이지/20190607

 

아내가 '동네 주민'이라고 말하는 같은 동네 사시는 분이 계신다.

나는 이 분을 예전에 식구들이 부르던 대로 '홍사모' 또는 줄여서 '홍삼'이라 부른다.

'홍사모'라는 호칭이 생긴 연유는 접어두더라도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 이리저리 연관된 일로 알게 된 분이다.

정년퇴임 하신 후 동네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을 돕는 일을 소임처럼 수행하시는 분이다.

내가 처음 인사를 나누기 훨씬 전부터 아내와 딸은 알고 지낸 분이다.

아직까지 직접 통화한 일은 없었지만 내 핸드폰에도 오래전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둔 분이다. 

언젠가는 전동드릴을 빌려 쓰기도 하였고, 작년에는 우유팩을 이용하여 만든 수제 세탁비누를 보내 주셔서 오랫동안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내가 5월 초순에 포항에 출장 중일 때 아내로부터 세대현관문이 잠겼는데 열 수 없다는 급한 연락을 받았다.

나는 인터넷에서 응급조치 하는 방법을 찾아 알려주는 것 이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9V 건전지로도 안된다하고.....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 아내가 홍사모에게 지원요청을 한 모양이다.

현관도아록 교체작업을 할 분을 모시고 와서 어렵게 고장 난 도아록을 철거해서 집안으로 들어 왔단다.

작업하시는 분이 도아록을 설치하는 동안 잠깐 들어오시라고 해도 신발도 벗지 않더란다.

수리를 마치고 아내가 내게 전화하는 중간에 홍사모를 바꿔 주기에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더니 '다음에 소주 한 잔 사슈' 한다.

아내가 급히 마트에 가서 소주 한 병을 사다가 안주도 없이 한 잔을 드렸다는데 아내의 순진함도 수준급이다.

하기야 가끔 목마를 때 막걸리가 있으면 안주 없이 따라 마시는 정도이니, 아내가 안주는 생각조차 못한 모양이다.

나 역시 아내 환갑 때 가족들과  외식을 하면서도 집에 돌아와서야 술 한 잔 마시지 않은 것을 깨달은 수준이니 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화상으로 '집에 있는 김치라도 드리지~'라고 했었다.

 

 

오늘 저녁 때 딸에게 연락이 와서 아내가 홍사모를 만나 직접 담그신 오이지를 받아왔다.

마침 나도 집에 있었기에 아내에게 잠깐 들어오시라고 일렀는데 극구 사양하셨단다.

우리가 해 드려야 할 입장인데 매번 신세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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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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