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 만들기/20190120

 

아내는 결혼하기 전에 엄마 무릎 베고 누워서 김치 담그는 것 설명을 들었는데 '그걸 적어 왔어야 했는데.....'하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장모님의 막걸리 만드는 솜씨가 대단했었다는데 그걸 배워오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한다.

신혼시절부터 고추장은 넣지 않은 떡볶이와 식혜 만들기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들이 식혜를 좋아하기도 하였지만 겨울에는 자주 만들어 먹었었는데, 어쩌다보니 아내의 식혜 맛을 본지 일 년은 훨씬 넘었다.

 

오랜만에 식혜와 도토리묵이 생각나서 며칠 전에 주문했더니 식혜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미리 알려주었으면 처음부터 단계별로 사진 촬영을 하였을 텐데..... 

 

 

엿기름을 2시간 정도 물에 불려서....

많이 치댄 다음에 물을 조금 붓고 휘저어서 짜면 뽀얀 국물이 나온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뽀얀 국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반복해서 모은다.

 

 

 

모아놓은 뽀얀 국물을 체에 밭쳐서 무거리를 걸러낸다.

 

 

 

뽀얀 국물을 하룻밤(7~8시간 이상) 가만히 두면 위에 노오란 국물이 뜨고 아래에는 하얀색의 앙금이 가라앉는다.

 

 

 

앙금은 버리고 노오란색의 국물만 살며시 따라내서 냄비에 넣는다.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서 노오란 국물의 1/20정도를 냄비에 같이 넣는다.

 

 

 

약한 불에 5분 정도 따끈할 정도로 데운 다음에 20분을 쉬었다가 다시 데우기를 반복하여 4시간을 따끈한 상태로 유지한다.

이 과정이 삭히는 과정으로 식혜를 맛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이렇게 따끈한 상태로 두면 밥알이 삭아서 떠오르는 삭히는 과정이 완료된다.

 

 

 

삭히기가 완료되면 끓이는데 이때 기호에 맞추어서 설탕의 양을 조절해서 넣는다.

설탕을 많이 넣을수록 식혜가 식은 후에도 밥알이 많이 뜨고, 설탕을 적게 넣을수록 밥알이 가라앉는 편이다.

 

 

 

식혜를 만든 다음날 대전 성북동에 내려갔다가 사흘만에 돌아오니 식혜는 손자가 다 마셨단다.

만들면서 맛을 보기는 하였고, 작은집 손자에게 조금 보내기도 하였지만 남겼을 줄 알았다.

입맛이 까다로운 손자도 할머니가 만든 식혜는 좋아한다.

 

 

 

 

식혜를 만드는 과정에서 단편적이지만 도와주었고, 사진촬영을 하였기에 포스팅할 글을 작성하여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틀린 부분도 많고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며 차근차근 알려주기에 취재를 해서 다시 글을 썼다.

아내는 식혜 만들기의 구술이 끝나고 '엄마한테 막걸리 만드는 것도 배웠어야 했는데.....'라며 한마디 덧붙인다.

이 글을 보고도 식혜를 만들 수 있어야 할텐데.....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골단초(골담초) 나무가 있어서 골단초 뿌리를 넣은 식혜를 만들어 먹었었다. 

 

 

 

[추가] 식혜는 만드는데 2일정도 걸리는 음식인데, 지인이 전기밥솥으로 쉽게 만든 식혜를 먹어보니 옛 맛은 아니더란다.

 

 

 

 

금해서 아내의 중학교  한문공책에 식혜 만들기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내용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내는 장모님께 배운 방법이란다.

직접 쓰거나 신문 잡지를 스크랩해서 만든 아내의 요리 참고서인지 우리 집의 골동품 급이다.

라디오방송에 참여한 흔적도 남아있고.....

 

 

[전에는]

아내의 중학교 한문공책..... https://hhk2001.tistory.com/1864

 

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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