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껴 본 숙취/20170415

 

  젊어서는 술을 이 마셨다. 첫 직장에서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으나 성격상 일부러 찾아다니며 마시지는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헛배가 부른 증상이 있던 참이라 두 번째 직장에 가서는 이를 핑계 삼아서 마실 줄은 안다고 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로 옮긴 직장에서는 입에 댈 줄은 안다고 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마시게 되었을 때에는 일부러라도 많이 취한 척하기도 하고, 술을 잘 마시는 동료를 대동하기도 하였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지금도 술자리를 하게 되면 나이 들어서 만난 사람일수록 내게 술을 권하지 않는 편이다. 모임에서 술 대신 맹물만 마시는 경우도 많다. 젊은 시절부터 알고지낸 사람들과의 만남일수록 내게 술을 많이 권하는 편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기는 하지만 학창시절을 같이 보낸 동창들과의 모임에서는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내 자신에 놀라기도 한다.

 

  엊저녁에 고등학교 카페개설 1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였다. 여행을 좋아하고 인터넷에 일반공개하는 블로그를 운용하고 있으니 동창에게도 알려(자랑?)주자는 의미에서 동창 카페에 여행기(사진과 글)를 링크하기도하고, 다른 친구들이 올린 것에 댓글을 달기도하고, 작년부터는 내가 동창회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진 찍는 것이기에, 동창회 행사에 참석할 때는 사진을 찍어서 카페에 올리기도 하다 보니 기념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모임장소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맞은편에 앉은 김ㅇ은이 직접 가져온 안동소주(35%)를 권한다. 내게는 순한 막걸리나 좀 마시는 것이 적당한데, 독주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맛 본(제비원소주?) 기억도 나서 아무런 거리낌 없어 두세 잔 마셨다. 이것만 마신 것이 아니라 막걸리와 소주도 좀 마셨다. 특히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면 절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오늘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미식미식하고 배가 고프지도 않다. 점심때가 가까워서야 엊저녁에 마신 술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숙취다.

 

 

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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