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초등학교 고학년 일 때.

나들이 가서 소나무 숲에서 놀기도 하고, 들판에서 사진도 찍고,

도토리도 줍고, 쌀벌레도 잡고,

이불도 말리러 다니며 포도밭이 많은양촌면 석모리에서몇차례 포도를 사먹다가 이 집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집도 내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포도밭을 해서, 철따라 포도밭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도 하고,

원두막에 와서 포도를 사먹을 때 농사지은 사람으로서의 기분을 알기도 해서 더욱 절절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댁 노부부는 자신들이 포도원하기 전에 포도원에 가서 사먹던 때의 서운하고 야속하던 기억을 이야기 하면서,

고객의기분을 100%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더군요.

대개 여름방학 끝 무렵에 가면 적당한 시기이지만,

어느해는 너무 일찍 가서 아직 딸 때가 되지도 않은 포도밭을 이리저리 헤메며 익은 것을 찾아서 따 주시기도 하고,

철이 지난 때는 집에서 먹으려고 남겨둔 것을 따 주시기도 합니다.

포도 뿐만 아니라 고추, 호박, 복숭아, 배등 밭에 있는 것은 서슴없이 주시기도 하지요.

물론 정상적으로 판매 할 때가 아니면 그냥 주십니다.

그리고 언제나 가격에 관계없이 맛뵈기 먹고, 덤으로 얹어 주시구요.

15년을 매년(작년엔 못갔지만...)한두 차례 다녀왔습니다.

그 사이 집도 다시 짇고, 만날 때마다 막내딸 시집 보낼 걱정을 하시더니 이제 소원을 이루셨군요.

한적하던 동네는 공장이 들어서고, 포도밭도 김포 택지에 편입되기 직전이군요.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디 건강하시구요. 행복하십시오.

언제나 휴일이면 자식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일합니다. 왁자지걸한 모습이 좋지요.

빈 포도박스를 내 놓은 것은 포도를 팔고 있다는 신호겠지요.


원두막 가는 길




서까래에는 옥수수가 주렁주렁









역시 맛뵈기는....

20070909, 2007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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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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